지난 주 금요일(25일) 네이버의 새로운 검색 알고리즘인 '컬렉션 랭킹'에 대한 기자 간담회가 있었나 보다. 엠바고 때문인지 어제 밤에 기사가 떴는데...

이 자리에 NHN의 이준호 COO께서 기자들과 직접 질의 응답을 하셨다고 한다. 이준호 박사님은 숭실대 교수 출신으로 정보 검색 분야의 1세대이신데다 지금의 네이버 검색이 있게한 분이다.

게다가 창업자들과 달리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 덕에 최대 개인 주주 중 한명이고 2004년 NHN 기술 담당 임원(CTO)로 들어오신 후 줄곧 내부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진두지휘하셨다.

그 만큼 중요한 의사 결정과 영향력을 가진 분이시고 언론에 잘 노출이 안되기 때문에 그분의 등장 하나로만도 큰 기사꺼리가 된다. 질의 응답은  아이뉴스 기사와 임원기 인터넷 인사이드 블로그 두 곳에 비교적 상세히 실렸다. 

네이버는 여전히 내부 '포털' 검색
아니나 다를까 이 날에 이준호 COO의 답변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네이버'에 대해 착각속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지 없이 보여 주었다.

구글은 크롤링(crawling)만 한다. 자체 서비스를 안 한다. 다른 사이트가 축적한 콘텐츠에 무임승차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식in, 블로그, 카페에 연 수백억원씩 들인다. 수익은 안 나는데. 구글이 ’오픈‘ 얘기 하는 것이 대서특필될 때마다 화 난다. 큰 돈을 들인 남의 자산에 무임승차 하는 것이다. (NHN 이준호 COO"검색, 구글에 뒤지지 않는다" 중) 결국 개방성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구글이다. 네이버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copy + paste를 못하게 차단하고 콘텐츠에 댓가를 지불하면서 저작권을 보호에 힘쓴다. (네이버 일본 검색 부진 중)

이 답변은 네이버의 검색 결과가 구글의 것보다 훨씬 뛰어난데 대한 그 이유를 설명하는 데서 나왔다. 즉, 네이버는 자체 서비스로 만든 콘텐츠를 잘 가공해서 보여주는 내부 검색 엔진인데 자기네 콘텐츠를 댓가 없이 빼앗아 가려는 다른 검색 엔진들은 무임 승차를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네이버가 추구하는 '정보 유통 플랫폼'이라는 슬로건은 자기네들 자체 서비스로 들어온 콘텐츠에만 해당되는 것이라는 것을 은연 중에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네이버가 개방 플랫폼이라는 도도한 흐름에 몸을 맡기기 시작하고 자기 혁신을 해 왔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저런 인식 위에서는 네이버 밖의 콘텐츠를 네이버 안의 것과 동등하게 대해 달라는 요구 같은 건 거론할 가치도 없는 것이 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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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크롤링 해서 남의 컨텐츠를 쓰는게 무임승차 라면, 네이버에서 검색 되고 있는 수 많은 외부 블로그와 카페, 게시판의 콘텐츠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 현재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 검색의 경우, 크롤링을 안하고 제휴나 자체 서비스로 채우겠다는 말인가?

이거야 말로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것과 뭐가 다를까. 외국에서는 남들 하는 대로 하면서 한국에서는 자기네들 유리한 게임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억지다.

과거 엠파스의 열린 검색을 비롯 외부 검색 엔진에게 자기 콘텐츠는 철저하게 막으면서 타사 콘텐츠는 '무임 승차'하는 네이버의 딜레마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핑계거리가 있다.

서비스 개방 들러리 서기
딱 일주일 전 NHN은 외부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두 번째 DeView라는 행사를 열고 여기서 서비스 개방을 모토로 한 장미빛 전략들을 쏟아 놓았다. 작년 행사가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오픈 소스로 열어 놓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뉴스 캐스트, 오픈 캐스트, 커뮤니케이션 캐스트 그리고 오픈 API 까지 네 가지 큰 틀의 개방에 대한 소개를 보고 있자면 참 대단하고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준호 COO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들의 개방은 결국 '네이버 플랫폼'의 들러리 서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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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캐스트가 오판(誤判)인 이유라는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그들은 '구글식 검색'으로 가면서 다양한 미디어와 독립 사이트에 판을 벌려 주려는 생각은 꿈에도 없고, 단지 네이버가 가져다 쓰는데 대한 반대 급부로서 주는 것 뿐이었다.

뉴스 캐스트로 인해 네이버 뉴스 트래픽 감소와 언론사 트래픽 증가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그 트래픽은 네이버에게는 별로 아쉬운게 없는 이른바 '수익이 안나는' 쓸데 없는 트래픽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2회 DeView에서 나온 개방 전략 도표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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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서비스 개방의 목표는 이른바 "독립 사이트"를 도와 주는 것이다. 독립 사이트에게 트래픽을 나눠주는 유통 플랫폼을 지원하고, 정보 생산 소프트웨어를 오픈 소스로 제공해 주고, 소셜 네트워크를 개방하고 거기다가 광고, 결제, 쇼핑도 다 네이버 안에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개방의 이유는 네이버가 독립 사이트 콘텐츠를 쓰더라도 '무임 승차'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일종의 선심성 핑계 만들기로 보이는 대목이다. 그들의 개방을 인정하는 순간  독립 사이트 콘텐츠를 가져가서 자기 맘에 따라 검색에 올리든 말든 아무런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원하는 건 뭐?
네이버도 이제 일본에서 구글, 야후, MS와 경쟁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규칙(Rule)이 적용되는 경쟁이다. 이준호 COO는 구글에게 기술이 뒤져있다고 말하지만 사용자의 마음을 얻는 신뢰 있는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

구글은 누구나 양질의 정보를 만들면 그 플랫폼 위에 노출이 되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어 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성공했다. 검색 결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검색 광고 조차도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낚시면 퇴출 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구글의 성공은 바로 사용자들의 이러한 공감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네이버에 기대했던 것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2005년 부터 웹2.0 흐름을 타고 수 많이 쏟아져 나온 개인 블로그들과 네이버에 한번 걸리면 은총을 받는 온라인 미디어와 독립 사이트가 바라던 것은 내부 콘텐츠와 외부 콘텐츠를 같은 잣대로 평가해 주고 네이버 자신의 콘텐츠도 외부에 기꺼이 내 놓고 함께 경쟁하는 것이었다.

5년 전의 네이버와 지금 달라진 것이 없다. 네이버가 가진 딜레마는 자신의 것을 내놓지 않고 어떻게 남의 것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인데, 그들이 말하는 서비스 개방은 독이 든 성배이다.

p.s. 이 미약한 블로그는 힘이 없지만...오늘 부터 우리 나라 대표 검색 서비스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네이버봇의 방문을 막기로 결정했다.

더 읽어볼 글
  1. 별책 부록, 미디어에 대한 나의 생각
  2. 네이버, 불안한 이중 생활에 대한 소설
  3. 오픈캐스트 vs. 블로거 뉴스
  4. 뉴스캐스트가 오판(誤判)인 이유
  5. 네이버 블로그 시즌2 해 넘어 가나
  6. 네이버 검색 API와 Daum의 전략
  7. 칭찬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시즌2
  8. 네이버 소통을 시작하다
  9. 네이버 개발자 센터 오픈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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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난 후, 현장에 계셨던 심재석 기자님이 구글 무임승차 발언에 대한 약간(?)의 옹호라는 글을 올려 주셨습니다. 요지는 위험한 발언이기는 했으나 현장에서 듣는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라는 것입니다. 

이 발언은 구글의 오픈 정책을 비난하려는 의도라기 보다는, 폐쇄적이라고 비난 받았던 네이버를 옹호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돌출 발언이었습니다. 그 동안 욕 먹은 것에 대한 반발심에서 나온 표현이랄까요? 저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옹호하려다가 약간 오버한 발언이 나온 것이지요.

말로 듣는 것과 글로 보는 것의 뉘앙스는 다를 수 있지만 언중유골이라고 돌출 발언에서 오히려 진심이 묻어 나는 것입니다. 네이버가  폐쇄적이라고 비난을 받지만 우리는 원래 그랬다라는 것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그 말 자체의 본심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다른 발언에서도 국내에서 네이버가 콘텐츠에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외국은 몰라도 국내에서는 게임룰을 바꾸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이준호 COO가 네이버의 오픈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준호 COO는 검색 기술자입니다...즉 이준호 COO의 발언 때문에 네이버에 화를 낼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nhn에서 이준호 COO의 위치를 아신다면 :) 설사 오픈 정책에 관연하지 않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오픈 정책을 반감 시키고 의구심을 갖게할 발언을 할 필요가 없지요.

저는 네이버에 화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바뀌고 있다고 느끼던 것이 그대로 있다는 점에 대한 허탈함이죠. 네이버가 바뀌니 우리 인터넷 환경도 바뀔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스스로의 자괴감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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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 방지를 위해...

이 글은 네이버가 자사 내부 콘텐츠를 외부에 오픈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가 자사 콘텐츠를 오픈하던지 말던지 상관은 없습니다. 그건 자기 판단에 따른 것이죠. 단지 자신들도 외부 콘텐츠를 크롤링하면서 다른 경쟁사에 대해 '무임 승차'라고 하는 것이 자가당착이라는 것입니다.

특히나 그간의 개방 정책이 자신들의 '무임 승차'를 변호 혹은 지불하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 드니 그동안 네이버의 변화에 고무됐던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네이버가 구글에 대항하여 글로벌 룰에 따른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고 믿었거든요. '우리식 대로 개방'을 밀고 나가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본 시장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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