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캐스트'와 사용자가 직접 편집하는 '오픈캐스트'를 기반한 네이버 첫화면이 (베타 기간 포함) 한달이 지나고 있다. 세계 최초로 구글 같은 순수 검색 엔진도 아니고 야후 같은 순수 포털도 아닌 스스로 '검색 포털'이었던 딜레마의 고민의 결과다.

개편 후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사용자 - 어렵고 불편하니 되돌려라. 광고 많은 언론사 사이트 가기 싫다.
  • 언론사 - 트래픽 폭주에 희색 만연. 일부는 서버 비용 증가 걱정 하다.
  • 네이버 - 뉴스 섹션 방문자 급감. 사용자/언론사 모두 익숙해 질 거다.
  • 다음 - 졸지에 하기 싫은 뉴스 부문 1등 억지로 당하다.
뉴스 캐스트는 그동안 뉴스 기사 및 댓글로 인한 명예 훼손, 뉴스 편집에 의한 편향성 논란, 게시글 실명제에 대한 의무 등 포털에 대한 견제에서 벗어 나기 위한 네이버의 고민 끝 선택이다. 특히 언론에 대해 "너희들이 한 번 해봐"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을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사용자에게는 선택권을 주고, 언론사에게는 편집권을 주겠다는 아이디어가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 본질에 대한 해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몇 가지 점에서 낙관적이 아닌 게 사실이다.

1. 책임은 회피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네이버 사용자들은 본의 아니게 저질스러워진 초기 화면광고로 도배된 언론사 강제 링크에 노출 되어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누군가 고객센터에 문의를 한다면 "고객님, 네이버 첫화면의 뉴스 기사는 언론사들이 직접 편집하는 것이니 만큼 저희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원하시는 언론사를 선택해서 가려서 읽어 주세요."라는 답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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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금껏 할 거 다 하다가 이제 내 알바 아니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을 취했다. 네이버는 누가 뭐래도 국내 최상위 (과점 상태의) 정보 유통을 하는 인터넷 미디어 기업인데도 위기 관리라고 하는게 고작 책임 회피이다. 이제 판단의 책임은 오히려 사용자들이 져야 하게 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90년대 중반 Daum의 온라인 우표제가 떠오른다. 당시 포털 1위였던 다음의 한메일에 스팸이 급증하자 메일을 송신하는 회사에 과금을 함으로서 "스팸은 우리 문제가 아니다"라는 식의 책임 회피를 한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송신 업체들은 한메일을 회원 가입 부터 막아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고 일시적 효과를 보는 듯 했으나 여전히 한메일은 스팸 문제에 시달렸다.

네이버도 똑같이 사용자와 언론사에 책임 전가를 함으로서 문제를 푸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 뉴스 섹션은 자체적으로 편집해서 기사를 보여주고 있고 댓글은 계속 달리고 있으니 결국  사용자를 볼모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지금껏 네이버를 신뢰해온 사용자에게 "이젠 내 책임 아니거든" 하고 말하고 해결하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2. 언론사도 문제의 본질을 곧 알게된다
온신협 소속 언론사들의 보이콧이 있었지만 거의 모든 언론사닷컴들이 뉴스 캐스트에 좋아라고 참여했다. 그 결과 언론사들의 트래픽은 폭주했고 어떤 곳은 서버가 견디지 못해 다시 네이버로 돌려 보내는 일도 일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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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어떤 언론사는 자신들이 편집한 뉴스 캐스트에서 김주하 앵커의 인터뷰 기사의 제목을 의도적으로 수정했다가 사과를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포털의 제목 수정과 편집을 비난 하던 스스로 자기가 놓은 덫에 걸려 버린 것이다. 이제 자신들에게 닥친 올가미가 뭔지 하나씩 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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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언론사 기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결말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다. 반장 엄석대가 물러난 뒤 교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어쩔 줄 몰라하며 혼돈에 빠진다. 길들여진 학생들은 엄석대의 부재에도 그의 그림자를 느낀다. 적어도 뉴스 유통에 있어서 네이버는 엄석대처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언론사들은 지금 그 '자유통(痛)'을 앓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여지껏 없던 트래픽이 몰려 오는 것에 언론사닷컴이 다들 기뻐하는 것 같지만 이 또한 그들의 시장 감각이 떨어진 것이다. 이미 온라인 비지니스는 검색 광고로 바뀐지 오래다. 페이지 뷰를 늘려 배너 광고로 돈을 버는 시절이 지났다.

물론 조선일보를 비롯해 (구글 애드센스 같은) 문맥 방식 검색 광고를 제공하는 곳이 꽤 있다. 그런데, 네이버 통합 검색 처럼 사용자가 검색어를 직접 치고 들어온 후 광고를 클릭하는 키워드 방식이 언론사 닷컴이 하고 있는 문맥 광고 방식 보다 10배는 효과가 높다. 네이버로 부터 뺏어온 트래픽의 90%는 쓸모 없는 트래픽이고 이로 인해 트래픽이 가져온 위험 부담에 대한 관리 비용만 가중 시킬 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언론사와 달리 이미 오랫동안 국내 언론사는 뉴스 기사를 포털에 제공해 무장 해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3. 네이버식 검색 올인은 안일한 판단일 수 있다
네이버 측면에서는 "언론사와의 건전한 웹 생태계 조성"과 "검색을 통한 정보 유통 채널"이라는 명분을 트래픽 손실과 사용자 불만과 맞 바꾸는(Trade-off) 방식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고 볼 수 있다.

근데  아무리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네이버에게 손해나는게 없다. 어제 나온 일주일 트래픽 변동 결과를 보면 뉴스 섹션의 트래픽만 감소했을 뿐 전반적인 네이버 사용량은 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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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로 간 트래픽은 네이버로서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통합 검색으로 들어오지 않는 트래픽은 비지니스적으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쓸데 없는 트래픽이 빠져 나가서 비용이 줄어 드니 기쁜일이다. 불편한 사용자들은 결국 직접 검색을 통해 뉴스를 읽거나 뉴스 섹션으로 직접 가서 뉴스를 읽게 될 것이다. 사용자에게 불편을 감수시켜서라도 검색 경험을 높히게 하니까 이익이 된다.

하지만, 현실의 검색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칫 중요한 것을 잃어 버릴 수 있다. 바로 미래의 사용자와 비지니스 모델이다. 이번 개편이 좌파 네티즌(?) 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까지도 네이버에게 반감을 가질 수 있다.

네이버는 네티즌들이 만든 정보 노가다의 산물이다. 잡다한 지식과 블로그 펌질로 인한 정보 축적으로 만든 검색 '포털'을 어느날 갑자기 '검색 엔진'처럼 바꾸겠다고 하면 사용자들은 짜증날 뿐이다. 정보 플랫폼으로 연착륙하겠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게 아니다. 사용자들이 빠지기 시작하면 네이버는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지만...)

게다가 소셜 네트웍과 지역 정보와 모바일이 차세대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구글 조차 오픈 소셜, 지도 매쉬업, 안드로이드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고, 국내에서 Daum도 어렵지만 위젯, 모바일, 지도 분야에 투자하는 반해서 여전히 돈 많은 네이버는 검색에만 발목 잡혀 있다.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검색 뿐이고 검색과 검색 광고 이외에 걸리적 거리는 건 크게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다. 뉴스캐스트나 오픈 캐스트가 결국 우리는 그냥 이정 도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각인 시키는 것이기에  좀 더 혁신적인 서비스와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을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 우리가 잘 나가니까 위험만 대충 모면하자는 안일주의로 망한 회사들 적지 않다.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 시장 주도자로서 미래에 대한 혁신에 나셔야 할 책임도 있다. 우리가 네이버에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p.s. 마지막 논거인 '검색에만 올인이 안일한 판단'이라고 하는 부분은 검색말고 전혀 다른 걸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네이버식 검색'이 '구글식 검색'으로 갈때 생기는 문제가 분명히 있는데 쉽사리 해결 하지 못할 부분에 발목 잡혀 있는 것 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검색 역량을 키우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의미입니다.

별책부록. 미디어에 대한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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