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의 대기업 동일인 지정에 대한 시각

“좋은 법은 선량한 사람에게는 해가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집단에 대한 순환 출자와 총수에 의한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만든 대기업 규제가 네이버와 이해진 전 의장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 지 모르겠다. 오히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 한다는 측면에서, 공정위의 판단에 동의한다. (카카오나 넥슨의 경우, 대기업 지정에 따른 창업자에 대한 동일인 지정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지 않았다.)

또한,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전 의장이 실효적인 의사 결정과 지배를 하고 있다는 공정위의 판단 역시 합리적이다. 단순히 현재 이 전 의장의 지분율이 낮고,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안 좋은 평판을 준다는 이유는 너무 아마추어적인 접근 같다.

누가봐도 그가 지금까지 네이버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왔으며, 본인의 이사회 의장 사퇴와 경영진 변화가 대기업 집단 지정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여전히 네이버에서 사내 이사로서, 글로벌 투자 담당으로서 영향력이 상당하고, 이번 동일인 선정 이슈와 관련해 (행정 소송 고려 등) 전사적으로 여론전을 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이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맺은 자사주 교환도 총수 판단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은 당시 교환으로 1.71%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으며, 향후에도 10.9%에 달하는 잔여 자사주의 추가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향신문] 공정위 “네이버 총수는 이해진” 결론···‘재벌’로 규제 시작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네이버는 상장 후 지금까지 거의 매년 2천억 이상의 자사주를 계속 사 들여왔다. 네이버 순이익이 연간 4천-5천억 정도임을 감안하면 거의 반이다. 그로 인해 네이버 전체 지분율에서 자사주 비율은 2008년 3%에 불과했으나, 2016년 말에는 12.6%가 되었다. 이해진 의장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율이다. 물론 자사주 취득이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이유로 이뤄졌고 의결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주가를 높여 적대적 M&A을 막고, 우호 지분 확보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

국내 대표 IT기업이면서도, 글로벌과의 규모의 경쟁에서 힘들다고 늘 앓는 소리를 해 온 네이버가 순이익의 반을 직접 투자가 아닌 자사주 취득에 썼다는 점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2007년 부터 10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돈만 1조 7천억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동안 창업자 본인의 사업 철학과 비전을 흔들리지 않고 실현하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 하기 위해 네이버가 올바른 결정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인해 (공정위가) 책임을 질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하고 싶은 데로 다 하고, 막상 책임질 상황이 되면 발을 빼는 게 재벌 총수들이 하는 행태 아니던가. 오히려 모범을 보여 이런 규제가 네이버에게 정말 불필요 했구나라고 인식시키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업계 리더로서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네이버에게 낡은 규제였음을 스스로 증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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