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글로벌 IT 시장은 급변기다. 노키아는 MS와 제휴를 하고,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하고, HP는 webOS에 집중하고자 모바일 디바이스 사업을 아예 접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과거 성장 시대의 논리로 대기업과 ‘한국형’ 모바일 OS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일반 개발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반응은 냉담하고 이는 글로벌 IT 산업의 이합집산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이유는 오늘 날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과 ‘생태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청계천에 콘크리트로 강을 만들고 물고기 몇 마리 풀어놓는다고 되는게 아니다.
지금 플랫폼과 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접근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그리고 구글이 성공한 것은 소프트웨어 그 자체 보다 자신들의 플랫폼을 이용할 개발자 고객에 대한 신뢰 구축에 기인한 바 크다.
많은 개발자를 돕고, 주고, 가르치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 믿음을 얻고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만든 SW 플랫폼은 대부분 개발만 할 뿐 이를 이용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서드파티 개발자를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발자가 속한 기업이 항상 ‘을’이거나 ‘CP’거나 하청이었기에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그러니, 피드백도 없고 개선도 없으며 울며 겨자먹기로 품질 낮은 플랫폼이 ‘한국형’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그렇게 팔리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형이라고 이름 붙인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그런식으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쓰러져갔다. 그런데, 똑같은 방법으로 같은 전철을 밟으려고 한다.
물론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정말 미국이나 유럽 몇 개 나라에서만 가능한 것일 수 있다. 애플 조차도 아이폰 앱스토어라는 개발자 생태계를 만들기까지 Mac OS가 크게 성공한 SW 플랫폼은 아니었다.
알고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이 땅덩어리가 큰 나라들은 혼자서 다 해쳐먹을 수 없다. 개발자들이 함께 도와 주어야 만이 그 정도 시장을 아우를 수 있고, 나아가 전 세계 개발자들이 뛰어 들 수 있는 글로벌 규모의 시장이 만들어진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웬만한 기업이면 혼자서 다 해먹을 수 있는 정도의 시장이다. 그러니 협업이 웬말인가?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전 세계에서 인정 받고 싶다면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욕심을 버리고 상생이 하겠다는 마음을 의도적으로 먹는 것이다. 안에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협업을 통해 윈윈하겠다는 큰 폭의 마음 가짐과 합의가 더 중요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람이나 뽑아서 해결하겠다는 식이 아닌 협력할 자세를 먼저 보여라.
둘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고객으로서 도와주고 마음을 얻기 위한 훈련을 충분히 해야한다. 회사 직원들을 월화수목금금의 대상으로 보고, 협력 업체를 하청이나 하는 대상으로 보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라. 그들에게 많은 의견을 받아 플랫폼을 개선하고 더 나은 서드파티 앱이 나오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세째, 진정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경쟁을 해야한다. MS와 애플의 폐쇄적인 플랫폼과 구글의 가짜 오픈 플랫폼과 달리 우리는 제 3의 방법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다. 남이 잘하는 방법을 따라해서는 안된다.
난 정부 주도든 아니든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있는 플랫폼과 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략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지금 하는 것이나 잘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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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히 이 글을 동의합니다.
첫째 상생의 마음을 의도적으로 먹는다는 절대 공감입니다..
날카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군요.
http://kr.finance.yahoo.com/news/view?aid=2011082215584954925&cate=1000 지식경제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른바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성과 LG가 안드로이드에 버금가는 운영체제를 개발한다고 한다. 지식경제부의 WBS는 소프트웨어중 세계 최고 제품을 개발 한다는 야리꾸리한 취지의 프로젝트인데 뭐 그거야 어찌됐건 그 프로젝트중에 모바일 OS 개발이 있는 모양이고 그걸 삼성과..
실효성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낮은 한국형 OS 만든다고 떠벌리지 말고 어떻게해야 제대로 된 플랫폼 사업자를 만들지 고민하자!! 정말 안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또, 키보드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도대체 뭐하는 분들일까요? 나름 행시, 공무원 고시등을 통해서 유능한 인재를 뽑아 나라를 위하라고 공무원 시켜놨는데.. 이건 나라를 말아 먹자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됩니다. 구글이 Android 플랫폼으로 뜨고, HP가 PC 사업..
좋은 말씀!! 전적으로 공감및 찬성해유~~
그런데 웬 공무원이 이판에 낄라고 하는감?
예산이 좀 있나본데~~
하기사 돈 있는곳에 공무원 안낄리가 없지만
삼성,LG가 10년전에 그렇게 큰소리 치던 소니 꼴을 몇년전에
생각해 봤더라면 좀 준비 해 놓았어야지!! 이젠 삼성 LG가 일본의
소니꼴이 되겠구나^^ 중국회사가 삼성 LG가 되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