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에 오르다!


최근 쓴 글 중에 가장 긴 글이 아닌 가 싶습니다. 스크롤 압박에 유의 하세요.

새벽 5시. 백두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학교로 모이는 시간입니다. 연길은 한국과 같은 시간대이지만 북경 시간을 쓰는 관계로 여름에는 새벽 4시면 해가 뜹니다. (따라서 아침 시간이 매우 일찍 시작되고 저녁이 매우 깁니다.) 연길에서 백두산까지는 5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4시에 출발을 해야 넉넉하게 다녀 올 수 있다고 합니다.

5시 조금 넘어 학교에서 마련해 준 버스에 몸을 싣고 백두산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이민 3세 조선족 가이드의 구수한 입담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특히 그동안 연변에서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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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산 가족 찾기 까지는 연변에 계신 분들이 남한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 이후에 많은 분들의 소식에 의해 남한 이야기를 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국 민항기 착륙과 88년 올림픽을 통해 본격적으로 남한의 모습이 중국 TV로 전달이 됐는데, 민항기 불시착 당시 타고 있었던 조선족들이 남조선 땅에서 죽을 것을 염려했는데 오히려 잘 먹이고 한복 까지 선물로 주어 매우 감동받았다고…

90년대 수교 이후에 연변분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생업을 위해 오면서 연변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란 3세들이 많았답니다. 지금 20대들이 그들인데 부모들이 보내준 돈으로 삶은 풍족해졌지만 사랑이 부족한 세대랍니다. 그래서 연변에서는 “부모가 돈을 버는 만큼 아이들이 버려진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유행하던 노래를 하나 들려주었는데 “엄마가 없는 동안 세끼 비빔밥만 먹었고, 아빠가 없는 동안 밤새 도깨비 꿈만 꾸었다”라는 가사가 매우 서글펐습니다. 학교에서도 키도 크고 예쁘고 흔히 말해 우유 세대라고 하지만 집에서 조선말을 잘 못 배웠거나 부모님이 한국에 있어 같이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1시간 정도를 지나 안도현이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는 특이하게 자전거 택시가 눈에 띄였습니다.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시장 사이로 자전거로 사람을 나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안도현을 지나자 갑자기 중국 차량이 전복 사고가 났더군요. 그냥 가다가 찍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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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이 운전 기사들의 방식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 운전이 터프하다고 하지만 중국의 1/10도 안됩니다. 2차선 도로에서 중앙선 침범은 예사이고 추월은 기본입니다. 안전을 위해 깜박이 대신 수 없이 클럭숀은 눌러대고 사람도 차도 서지 않고 요리 조리 피해 다니는 효율적인(?) 운전 습관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요. 구경 좀 하겠다고 택시나 버스 앞에 앉았다가는 구경은 커녕 가슴만 두근 거리고 잠을 청하기도 어렵습니다.

1시간을 더 달려 잠깐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커피나 옥수수, 과일 뿐만 아니라 장뇌삼 같이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물건들도 팔더군요. 대부분 한족들이었는데 아주 끈질긴 장사 수완에 놀랐습니다. 5만원 짜리를 1만원에 팔더군요. (대부분 국가에서 관리하므로 가짜는 잘 없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연길 지역을 벗어나면 조선족의 비율이 현저히 준다고 합니다. 조선족들은 주로 육각 지붕에 흰색을 칠한 집에서 사는 반면 한족들은 그냥 사각 지붕에 붉은색 벽돌을 쓰는 집에 살기 때문에 집만 봐도 어떤 사람이 사는 집인지 바로 알 수 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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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에 다다르다!
한참을 달려 백두산 입구 가까이에서 10시 정도에 점심 식사를 하고 입구 주차장에서 내렸습니다. (연길에서 다섯 시간이 걸려 도착했지만 현재 백두산 부근에 공항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백두산 직항이 생겨 연길로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을 연길 조선족들이 우려하고 있다더군요.)

입구 앞에는 덩사오핑이 적은 ‘장백산이라는 문구를 표석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중국에서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백두산을 이미 만주족의 진원지로 덧칠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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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경유하는 셔틀 버스의 모든 가이드들이 만주족 복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조선족 가이드가 있었는데 모두 교체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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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터는 모든 것이 돈이었습니다. 입장료 100위안(우리돈으로 약 10만원 가치), 버스 타는데 85위안, 짚차 타고 천문봉 올라가는데 80위안, 장백폭포에서 천지 입장료 25위안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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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를 달려 셔틀버스를 내려 6인승 짚차로 갈아탔습니다. 여기서 백두산의 중국 영역에서 제일 높은 천문봉 정상 까지 가파른 차량용 도로를 만들었는데 이 도로를 달리는 짚차들은 무시 무시한 운전 실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약자들은 손잡이를 꼭 잡아야 하고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눈을 감는게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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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천문봉 정상에 왔습니다. 짚차에 내리자 아래로 가파른 절벽이 내려다 보이는 정상 라인을 타고 100여미터를 올라가자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다행히 그 시간에 천지 주변에 구름이 약간 끼여 있는 상태여서 간단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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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분 사이로 갑자기 안개가 온 천지를 뒤덮었습니다. 1~2분 사이로 부분 부분 보이다 말다를 반복합니다. 천지의 장대한 크기는 여기 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 입니다. (그 웅장한 규모는 한라산 백록담은 비교할 수도 없는 그런 곳입니다.)

한 5분이 지나자 천지 여러 부분이 맑게 개였습니다. 이 때를 놓칠 세라 연신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몇 장 감상해 보시죠.

웅장한 백두산 풍경.

안개가 몰려 오고 있다.

백두산의 북한쪽 풍경.

험준한 백두산 화산 지형.

기념 사진 한컷!

중국에서 가장 높은 천문봉 정상.

안개 속 천지.

천지의 물빛.

천문봉에서 기념 사진 한컷!

안개가 몰려 오는 천지...

다시 화창하게 개인 천지...

천지호 기념비 앞에서...


천길 낭떠러지 같은 백두산의 규모와 그 풍광은 그랜드 캐년과 비해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천지의 물, 장백 폭포로
다시 롤러코스터 같은 짚차를 타고 내려와 장백폭포 근처로 다시 셔틀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장백 폭포는 천지에서 나온 물이 흘러 폭포를 이루는 곳입니다. 아래 개천은 송화강의 원류가 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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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분 정도 나무로 된 등산로로 이동을 하자 다양한 천지의 식물과 웅장한 자연 지형을 만나게 됩니다. 몇 장 감상해 보세요.


웅대한 장백 폭포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높이가 대략 100미터는 되는 듯 합니다. 폭포수 소리가 엄청나게 크고 규모가 정말 장난 아니더군요.


장백폭포에서 천지로 올라 가는 방법은 거의 수직으로 깍아지는 듯한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올라갔는데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계단의 높이가 엄청나서 웬만한 청년들도 숨을 헐떡여야 했습니다. (나중에 내려 올때는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미끄럽고 무서워 내려오기가 겁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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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쉬고 올라온 끝에 장백 폭포 위쪽의 천지로 나오는 샘이 보입니다. 이때 부터 천지를 둘러 싸고 있는 주봉들의 엄청난 화산 지질 구조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전공 지식을 살려서 함께 간 분들께 이것 저것 설명도 해 드렸습니다만 사실 제 스스로 백두산에 왔다는 것만도 전공자로서는 큰 보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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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천지, 다 같이 하나
천지에서 나온 물줄기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웅장한 천지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천지는 마치 바다와 같은 규모의 호수 였습니다. 손을 담궈 보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천지에 있으니 한국 사람들 모두 하나가 된듯한 기분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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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어느덧 시간이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다시 연길로 되돌아 가야 하니 빨리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습니다. 내려 오는 길은 한결 가볍더군요. 내려 오다 보니까 노천 온천이 나오는 곳에서 계란을 팔고 있더군요. 싼 값에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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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과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5시가 좀 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밤길을 달려 연길로 되돌아 왔습니다. 모두들 피곤해서 인지 터프한 운전에도 잠을 청할 수 밖에 없더군요. 밤 11시가 되어서야 학교 앞 숙소로 되돌아왔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보낸 일주일 만큼이나 백두산 기행은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저와 함께 동행해 주신 성결대의 한 교수님과 한국외대 한국어 교육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미국에서 영어 교육을 위해 온 외국인들 모두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누가 백두산을 한번 더 가지고 하면? 글쎄요. 한번 생각을 해봐야 겠습니다.)

동영상 및 사진
[동영상] 백두산 천지와 장백폭포

Flickr 백두산 사진 모음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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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7개)

  1. iHWAN 댓글:

    복장이 너무 캐쥬얼 하신데요? ^^;

    저도 백두산은 한번 가보고 싶네요.
    언젠가 육로로 갈 수 있는 날이 있겠죠?…

  2. 이정주 댓글:

    우어어~ 지금 퇴근시간이라 읽진 못하겠고 나중에 이 기행문을 프린트를 해서 독서하듯 읽어봐야겠네요. 저는 언제 기행문을 써볼까요? 서울행이 전부니…ㅠㅠ서울에 이벤트가 없어서 심심해 하고 있습니다.

  3. 보람찬 안식 휴가를 경험하고 계시는 군요.. 부럽습니다. -_-

  4. 아거 댓글:

    와우. 가보고 싶습니다..저 바다같은 천지를 건너면 북한쪽 영토인가요?

    • channy 댓글:

      저도 정말 가보고 가슴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네 건너편은 북한입니다. 하지만 천지 봉우리의 70%는 중국꺼라더군요. 대신 봉우리 밑의 반은 북한꺼랍니다. 교묘한 땅따먹기 수법^^

  5. cansmile 댓글:

    오~ 제가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가 중국입니다. 고등학교때 중국어를 배우면서 마음을 먹었었죠. 그 전엔 캐나다 였지만요.. 후훗… 이 글 본문을 부분인용했는데, 관련글이 아니라 트랙백은 안 날려요. ^^

  6. sarah^^ 댓글:

    잘 지내고 계신지… 일하다가(무슨 일인지 알지?^^), 오빠 블로그로 오게 되었음.. 이번에 세번째인가? ㅋㅋ (오늘은 “백두산”)
    저기 만세 하고 찍은 사진 뒤가 천지란 말이쥐…가 보고 싶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