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구글 사내 직원의 구글+ 비판글이 외부로 유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단편적인 내용 말고 실제 원문과 한국어 번역본이 공개되었다.
장본인은 스티브 예이그(Steve Yegge)로 아마존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6년간 구글에 있었던 경험을 다소 날카로운 어조로 풀어냈다. 그가 구글+에서 쓴 것이 실수로 사외에 공개되었다니 아이러니… 실수인지 고의인지.
얼마 전 웹 2.0 서밋에서 세르게이 브린은 이 글에 대해 소감을 질문 받았는데 “읽다가 지쳐서 그만뒀다.”고 말할 정도로 조금 장황한 글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구글은 제품(Product, 흔히 말해 포털의 개별 서비스)을 만드는 기업에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수장부터 말단사원에 이르기까지, 구글은 플랫폼이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구글을 위험으로 몰고 있다.
- 제품은 플랫폼없이는 무의미한 존재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플랫폼을 갖지 못한 제품은 다른 제품으로 간단히 대체된다. 구글+는 구글이 플랫폼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가장 좋은 실패작이다. 플랫폼 제작에는 그 플랫폼 상에서 제품을 개발해주는 협력자와의 협동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구글+는 ‘페이스북이 성공했던 것은 그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성공한 것은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그 플랫폼 상에서 어플을 만들어주는 개발자를 배려하고, 그들이 일하기 쉽도록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 구글이 직면한 문제는 매우 크고, 기업문화의 극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플랫폼제조의 철칙은 ‘Eat Your Own Dogfood(팔기 전에 사내에서 시험해 봐라’)다. 다른 회사들은 모두 이렇게 작업한다. 하지만 구글에는 그러한 환경이 없고 문화도 없다.
특히 그의 글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매우 중요한 개념 하나가 언급되고 있는데, 바로 ‘플랫폼 접근성’에 대한 것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소프트웨어(혹은 아이디어)를 모든 이들이 이용하는데 실패한다면, 그건 (API 즉 인터페이스) 접근성의 실패다. (중략)… 플랫폼이 접근성을 주며, 플랫폼이 곧 접근성이다.
그의 이야기는 구글+가 이미 훌륭한 플랫폼인 페이스북을 본따 제품(서비스)의 하나로만 만들어졌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마존에서 어떻게 플랫폼을 구축 해왔는가에 대한 개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 플랫폼의 종착지로서 아마존 웹 서비스를 예를 들었다.)
이미 오래된 개념인 웹 2.0이라는 것이 바로 “플랫폼으로서 웹”이라는 것이고, 이는 아마존, 이베이, 구글 같은 회사들이 성공적인 웹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이고 한국에서는 잘 안되는 것었다.
2000년 초 아마존에서 플랫폼 개념을 도입하던 시기의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CEO의 강력한 의지로 몰아부쳤다고 한다. 글에도 그 부작용이 나오는데 부서간에 API로만 연결하게 한다는 건 무리가 뒤따른다. 사내 조차 누가 어떤 API를 얼마나 쓸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의 캘린더 API가 있는데 그걸 카페팀에서 붙였다고 치자. 캘린더 하루 UV가 50만이라면 카페는 300만이 넘을 수도 있다. 아마존의 경우, 이를 위해 다양한 인프라 확장성 및 모니터링 도구가 필요하고, AWS와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이 나온 건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즉, 아마존의 예를 보면 플랫폼이라는 것은 사내에 있는 중요한 문화다. 그는 이것을 제품 주의자와 플랫폼 주의자와의 긴장 관계로 설명했다.
구글+에 대해서도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구글+가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이건 문화적인 것이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은 소수자인 플랫폼 주의자들이 막강하고 예산 많은 제품 (혹은 서비스)주의자들과 벌이고 있는 패배하고 있는 전쟁이다.
사실 구글도 초창기에는 검색 영역에서 서드파티에게 API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장사를 하는 업체였다. 아주 미미하지만, 기업용 제품이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검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지만…)
그의 글에서 구글 사내 문화 변화를 엿볼 수가 있다. 각자 단절된 제품(서비스)팀들이 각자의 것만 만드는 즉, 포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의 시간을 들여 대박을 만들어야 하는 사내 문화의 부작용일 수도…)
포털 서비스 회사에 있으면서, 비슷한 이런 문화적 고립은 처음 플랫폼 서비스를 입안하고, 만들어온 지난 5년간 내가 겪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MS나 아마존,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맛본 뒤 구글 개발자 사이트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전엔 가본 적 없다. 너무 우울해지기 싫어서였다.) 상당히 다르지 않나? 그 페이지는 마치 5학년짜리 사촌동생이 막강한 플랫폼 회사에 대해 묘사해보라는 숙제로 내놓은 물건 같기 때문이다. 오해하진 말기 바란다. 나는 개발자 지원팀이 이정도 접근성이라도 만들려고 고군분투 했다는 걸 알고있다. 내가 알기로 그들은 정말 죽을똥 살똥 했는데, 그들은 플랫폼을 하고 싶어 하지만 최고로 플랫폼 무감각적인 환경 내에서 뭔가 만들어 내느라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데자뷰를 불러 일으킨다. 2006년 처음 시작한 Daum 개발자네트워크(DNA)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티브가 지적했든 사외에 오픈 API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내에 API가 먼저 있어야 한다.
지금은 다음 사내에 검색이나 지도 API의 경우, 표준적인 인터페이스가 있으며, 많은 팀들이 API를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성취하기 위해 든 설득과 이해에 대한 노력은 적지않다.
플랫폼의 황금법칙, “개밥를 팔기 전에 먼저 직접 한번 먹어봐라”는 다르게 말하면 “플랫폼으로 시작해서 모든 것에 그걸 사용해라” 로 말할 수 있다. 나중에 뜯어고칠 순 없는 일이다… 나중에 바로잡는데 10배의 시간이 든다. 이건 어떻게 꼼수를 부릴 수가 없다.
우리는 항상 품질 높은 코드를 산출하는 개발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기 원한다. 개발자들이 누군가(?) 기획한 제품(서비스)을 우선 빨리 대충 만들어 QA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만들고, 사용자가 안들어오면 바로 쓰레기통에 쳐 넣어 버리는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다음의 오픈 API는 매월 1만개의 API키가 호출된다. 밖에 1만개의 웹 사이트가 있다는 것이다. 호출 트래픽도 1억건이 훌쩍 넘는다. 적어도 이 플랫폼 만큼은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고, API 변경이나 종료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플랫폼이 만능은 아닐 것이다. 마케팅과 혁신이 동반되어하고, 흥행과 작품성이 같이 가야 하듯이 서비스와 플랫폼의 성공은 모두 중요한 요소다. 이것이 가능한 문화야 말로 가장 큰 성공 요인 중 하나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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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에 또 한번 느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플랫홈이라는게 이 정도로 심오(?)한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다시 생각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