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009) – 네트워크의 힘

본 글에는 영화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본 글의 관점과 스토리는
영화의 큰 맥락이 아니므로 사전 지식 차원에서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제 홍콩 구룡역 AMC Cinema에서 ‘아바타(Avatar)’의 3D 영화를 보았다.

실사와 구분이 안가는 그래픽과 전혀 다른 세계에 대한 장대한 스케일과 아이디어 구현 능력 그리고 제법 탄탄한 스토리와 생각꺼리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는 좋은 영화였다.

디지털, 3D, 아이맥스 이렇게 3번을 봐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미 일주일 사이에 여러번 본 사람도 제법 많은듯 하다. 홍콩에 아이맥스 영화관이 하나 있는데 1월 초까지 정면 자리는 전석 매진 상태이다. 아마 제법 기다려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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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장점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기존 SF 영화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었던 수 많은 오마쥬들을 엄청난 스케일로 구현해 냈다는 점이다. 짜깁기 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새롭다.

역사 속 이야기
특히, 영화 속 값비싼 광물을 캐기 위한 인간과 원주민 사이의 이야기는 마치 인류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 소재가 황금을 얻기 위한 백인들의 미국과 남미의 인디오 학살과 특히 겹쳐 보이고, 지난 주 방영한 아마존의 눈물 속 원주민들이 떠올랐다.

영화 속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미국 역사 뒤집기. 아바타 다시보기라는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체로키부족과 조약을 맺으며 “풀이자라고,물이흐르는한 미주리 서편 대평원은 원주민의 땅”이라고 선언합니다.그러나 1835년 미국정부는 7,000명의 미군을 동원해 체로키거주지를 공격하며 5만명 부족원을 강제이주시킴다. 이 과정에서  3달만에 12,000명(주민의 1/4)이 학살당했죠…1835년 체로키학살은 백인들의 안전을 위한 것도 아니었음다. 어이없게도 미주리서편 체로키거주지에서 황금이 발견된게 그 원인이었죠.

(중략) 아바타에 보면 정말 짜증나는 왕골통캐릭터가 나오죠. 용병주제에 끝까지 남녀주 인공을 죽이려 덤비는 전쟁광 사령관이죠…미국 개척사의 영웅, 백인의 수호자 커스터 장군. 실존인물 커스터의 실제명언 입니다 “인디언땅을 백인이 가지려면 송사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취하면된다. 방해하는 인디언이 만약 있다면 가루로 만들며 전진해야 한다.”

(중략) 아바타의 후반부는 나비족부족의 대연합과, 자연의 친구들(판도라의 버팔로, 독수리)의 도움을 웅장하게 묘사하면서 결국 침략자를
몰아내죠. 현실의 미국사에서 인디언원주민들은 건기에도 주식이며 자연의 친구인 버팔로의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해
거대부락을 만들지 않고 산개하여 살았습니다. 자연친화적인 이런 삶의 방식은 침략군앞에서는 최대약점이었고 한 부족씩 멸망해나갔죠.
이런 아쉬움마져 아바타는 통쾌하게 뒤집습니다. (후략)

아바타를 보고 난 후, 이런 역사적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고 자연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 여운이 남는 다면 이것이 바로 멋진 영화가 아닐까?

네트워크의 힘
아바타에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인간과 나비족의 DNA를 조합한 아바타를 온전히 정신으로만 움직이는 기술과 신체 센서로 움직이는 로봇 등은 현재 연구 중인 최첨단 기술이고 머지 않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 본부 내에 있는 다양한 3D 디스플레이와 들고 다니는 유리 모니터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나비족은 인간에 비해 기술과 지식이 모자란 약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미개해 보이는 원시 종족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판도라 행성 전체의 동식물과 소통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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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자원을 최적화 해서 파괴하지 않고도 하늘을 날고 말을 타고 이동하고, 마침내 강력한 무력을 앞세운 인간의 공격까지 막아낸다. 이는 그들의 행성의 모든 생명체들이 네트웍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판도라 행상의 생물체와 나비족을 연구하고 그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던 과학자 그레이스 어거스틴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전에 알 수 없었던 생물학적 발견이에요. 나비족과 나무 사이에 어떤 종류의 전기화학적 통신이 가능해요. 마치 시냅스와 뉴런 처럼요. 나무는 주변의 모든 생물체와 연결하는 가능성이 있어요. 이런 종류의 나무가 판도라에 열개 혹은 열두개 정도 있구요. 마치 인간의 뇌와 같아요. 네트워크요. 글로벌 네트워크요. 그들은 거기에 접속해서 데이터를 올리고 내릴 수 있어요. 하나가 없어져도 그 기억은 그대로 남아요.

실제로 나비족은 다양한 동물과 네트웍으로 교감을 나누고 (데이터를 전달함으로서) 길들이게 된다. 특히, 나비족에 있어 큰 나무는 단순한 서식지가 아니라 판도라 행성 내 많은 동식물들과 연결하는 일종의 네트웍 허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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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오고 있는 개인의 참여와 이를 통한 소통의 힘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힘은 작지만 소통을 통한 네트웍의 힘은 강한 법이다.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네트웍이 주는 깨달음. 지구를 하나의 네트웍으로 보고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우리가 가진 과학이 자연이 가진 데이터를 파괴하지 않고도 교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멋진 결과를 내지 않을까?

정의의 편에 서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하는 점 중에 하나가 영화의 주인공인 인간이 나비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과 영웅으로 묘사 되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점이다.

특히 왜 원주민 스스로가 뭔가를 개척해 내는 것이 아니라 외부인인 인간이 그 중심에 서는 것인가?

이는 1992년 작 The Power of One에서도 백인 PK가 흑인들의 Rain Maker가 되는 점에서도 유사한 점이 있다.

그 때 적었던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PK가 단지 흑백이 아닌 정의의 편에 섯듯이 제이크도 단순히 정의의 편에 선 것 뿐이다. 그는 반신불수의 신체적 조건에서도 뛰어난 정신력과 강한 의지를 보여 준다. 그의 정의감과 의지력은 판도라 행성의 네트웍 조차 감명을 받을 정도이다. PK나 제이크가 가진 장점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백인인 PK가 흑인들의 희망이 된다는 사실에 몹시 씁쓸해 합니다. 아프리카 전설속에 가뭄을 해결하는
레인메이커(Rain Maker)가 백인이라는 사실에 또 하나의 백인 우월의식이 아닌가 하는 점 때문입니다.

그것은 영화를 바로
보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PK는 감옥에서 흑인을 도와 주며, 흑인을 괴롭히는 아프리카나들을 권투로 때려 눕히며, 부족들에게
합창를 가르쳐 하나된 모습을 이끌어 냅니다. 그러나 PK는 흑인편에 선게 아니라 불의한 백인들에 단지 맞섰을 뿐이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백인이 흑인의 희망이 됐던 흑인이 백인의 희망이 됐는지를 따지는 것이 이미 분리주의적인 생각에
젖어 있는 것이죠.

원주민이든 인간이든 정의는 하나이고 출신이 어쨌든 그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오히려 소수의 정의가 다수의 지지를 얻어 내는 과정이 더 민주주의 답다.

어떤 영화든 사람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카메룬 감독이 쉬는 동안 일본애니만 본게 아니냐, 스토리가 없다 등등 평가가 있으나 영화를 보고 나서도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가 바로 좋은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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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7개)

  1. 조금 더 다른 생각의 깊이 // 네트워크의 힘. 행성 판도라 전체를 아우르는 그 힘이란…!! ㅡ_-);; 반면 지구행성 안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네트워크가 차단되는…!!

  2. 나비팬 댓글:

    같은 영화를 보고도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해 내실 수도 있군요. 스토리 나열과 찌질한 평가 글 보다 훨 좋습니다.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어요

  3. 사실, 요 며칠 답답하고 정리 안되는 머리를 풀어헤칠 소재로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내심 찾던차에 영화 <에반게리온:파>를 봤고, 그 이후에도 정리되지 않는 영화에 이은 영화를 보려니 막막함이 조금 있었습니다. 이에 또 한편의 영화가 개봉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977년 영화 <스타워즈>를 본 이후 영감을 받았고 만들고 싶어하던 영화 <아바타 Avatar> 제작기간 4년만에 나온 만큼의 대작이 개봉된 것이죠. 이전부터 숱한 극..

  4. Ray 댓글:

    뜬금없지만, 영화의 나비족을 보면서 옛날 미국 드라마 (아주 옛날은 아니고요..) 파이널 컨플릭트 가 생각이 났습니다. 중후반부턴 내용이 좀 달라지지만, 어쨌든 지구를 방문한 컴페니온 이라는 외계인들은 서로의 의식을 완전히 공유할 수 있다는 설정이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종족 자체의 의식을 한 개체로 몰아줄 수도 있다고 되어있죠.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자연과의 동화/교감이라… 지금 인간에겐 불가능한 일이겠군요.

  5. <에어리언2>를 통해 SF영화에 한 획을 그었으며,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아버지이자,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을 통해 블록버스트 영화도 어느 정도의 작품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을 각인 시켜준 감독, <트루 라이즈>란 걸출한 오락영화 제작에도 일가견을 보였으며, <타이타닉>을 통해 전 세계 18억불이란 흥행수입을 올린 감독. 바로 제임스 카메론이

  6. 기대하라 댓글:

    ※ 스포일러가 당연히 있습니다. 2009년 한해 정말 많은 영화를 접했다. 개봉하는 블록버스터의 대부분을 극장에서 마주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올 한해에만 본 영화의 수가 셀수 없을 지경이다. 올 한해는 특히나 많은 수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개봉되었다. 한국 영화 외국 영화 해운대 국가대표 7급 공무원 마더 그림자 살인 마린보이 작전 똥파리 김씨 표류기 10억 차우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2012 X-MAN : 울버린의 탄생 터미..

  7. 핫스터프 댓글:

    꼭 보러가야지 하고 있는데
    예약이 여의치 않아서 망연자실 하고 있습니다 ㅜㅜ
    조만간 꼭 볼 생각이에요.
    챠니님 글을 살짝 보니 더욱 기대가 된다는!

  8. 제너두 댓글:

    증강현실과 같은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같아요.
    아바타에서 보여주는 현실세계가 곧 닥칠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쾌감도 살짝 느껴지네요.
    영화관비용이 올라서 그냥 봐야겠어요^^:

  9. meoru 댓글:

    오~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10. 야지 댓글:

    리뷰 잘봤어요~~영화 보러갔는데 정말 재밌더군요

  11. 키리 댓글:

    나무와 네트워크라..
    엔더 연대기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로군요.

    봐야 하는데 봐야 하는데 하고 미루고 있는 중입니다. 🙂

  12. Sleepy Tiger 댓글:

    이 글은 neoscrum님의 ‘<아바타>, 지긋지긋한 오리엔탈리즘의 향연’이라는 글(이하 글1)에 옥토씨가 달았던 댓글에 대해, 1월 6일 답변으로 올라온 ‘영화 <아바타> 읽기'(이하 글2)를 읽고 난 소감이다. 글2와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고서 이 분이 왜 아바타를 ‘오리엔탈리즘의 교과서’로 해석했는지 조금은 더 알겠다. 그 해석의 근거에 대해 옥토씨는 대부분 동의할 수 없지만, 다소의 논쟁을 지켜본 결과 결국 해석은…

  13. Sleepy Tiger 댓글:

    근래 감상한 최고의 걸작 <아바타>! 이 영화가 놀라운 면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 으뜸은 판도라라는 배경이다. 지금껏 어떤 영화에서도 <아바타>가 보여주는 것 만큼 광대하고 환상적인 외계의 문명 세계를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중 옥토씨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터미네이터2>였지만 이 마저도 바뀌었다. 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옥토씨로 하여금 18년간 지켜왔던 순결, 아니 지조를…

  14. 거의 9개월 만의 글이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영화 아바타(AVATAR)가 요즘 화제입니다. 저만 해도 가족과 함께 디지털3D로, 또 따로 용산CGV에서 IMAX로 두 차례 관람했을 정도죠. 이 영화, 사람에 따라 영상미를 중점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고 ‘나는 트랜스포머가 더 좋아’ 이런 사람도 있겠지만 할 얘기 참 많은 영화입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안 읽으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아래는 영화의 내용을 제 나름대로…

  15. PR Blah Blah 댓글:

    최근 영화중 화두가 되고 있는 영화가 있다. 제임스 카메룬의 아바타(Avatar) 이다. 아직 까지 보지 못했다가 잠시 짬을 내어 보게 되었다. 역시 나에게 있어 재미와 다양한 생각 거리를 안겨준 영화 였다. 짧게나마 리뷰를 적어 본다. 영화 아바타의 스토리는 나에게 있어서는 충격을 줄만한 색다른 내용이 아니었다. 외견 적으로는 발전된 3D 그래픽과 특수효과로 잘 치장이 되어 있었지만, 내용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현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것으로…

  16. 소셜로그 댓글:

    아거님께서 댓글로 차니님 리뷰를 걸어주셔서 보게되었습니다. 저도 트랙백 걸고 갑니다. 공감가는 글이군요

  17. 비스크 댓글:

    영화를 자세히 보면, 외부인이었던 Jake가 주도한 저항조직은 실패하고, 판도라 행성 네트워크 자체가 스스로 구한 것으로 묘사됩니다.네트웍으로 연결된 행성의 모든 구성원인 생물들이 스스로 터전을 지킨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