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위험 감수’의 모험

지난 아저씨들의 웹2.0 수다에서 국내의 창업 문화에 대해 되돌아 보는 시간이 있었다.

내용 중에 “사회적 인식과 문화의 변화는 기존 플레이어가 아닌 도전할 수 있는 창업자들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물론 젊은이들이 창업을 할 만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안되어 있다는 점도 위험의 하나지만 ‘혁신적’이라는 서비스를 감수하는 위험도 역시 도사리고 있다.

혁신은 제도와 사화적 인식과의 전쟁
내 경험에 의하면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의 역사’이다. 지금은 음반 시장 보다 음원 시장이 더 크다 이야기 하고 유료 디지털 음악 시장에는 거의 모든 주요 플레이어들이 다 뛰어들어와 있다.

하지만, 초창기 불법 서비스라는 위험을 무릎쓰고 시장을 개척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90년대 중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나인포유라는 인터넷 음악 방송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 했다.

1999년도 KIDC에 입주해 있던 우리 서비스는 당시 다음(Daum)에 맞먹는 네트웍 트래픽을 쓰고 있었던 주요 고객이었다. (작은 IDC 사업도 했었다.) 대부분 벅스뮤직을 시초로 알고 있는 ‘맞춤형’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우리가 최초로 한 서비스 였다.

선도자의 패배는 다반사
사업 초기 부터 간간히 음반사들과 저작권 관련 이슈가 있었지만, 내가 회사를 책임지고 있던 2003년 국내에서 가장 큰 음악 저작권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다.

http://www.creation.net/en/image/n4u-2.jpg당시 벅스뮤직과 우리 회사가 1차 고소 대상이었는데, 서울지검을 거의 안방 드나들다시피 했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SM의 온라인 사업을 도와 주는 등 음반사들과 제휴를 통해 판매 목적으로 한 계약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약식기소로 끝났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재판으로 넘어갔다.

이 와중에 기존 스트리밍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유료화에 내몰리게 되고, 사용자 트래픽에 있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온라인 음악 시장이 합법화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 디지털 음악 시장에 고생을 함께 했던 대부분 사람들은 검찰과 변호사와 음반업자 사이에 부대끼면서 힘들게 시장을 만들어 놓고선 정작 전과자가 된 상태에서 남에게 싸게 시장을 털리고 떠나 버렸다.

음반사들 역시 우리 같이 시장을 만들어온 초기 플레이어들을 어설프게 매로 다스리려다 결국에는 이통사와 포털들의 물량 공세에 오히려 당해내지
못하는 꼴이 됐다.

혁신도 타이밍이 맞아야
결국 시장의 헤게모니는 어부지리한 사람의 몫이 돼버린 격. 내가 차린 밥상을 딴 놈이 먹고 난 설거지만 해야 하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즉, 혁신적인 서비스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스타트업은 늘 타이밍과 헤게모니를 빼앗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법이 아직 따라오지 못해서 생기는 간격(Gap), 관음증과 노츨증을 자극하는 문화적 이슈들, 개인 정보의 회색 지대에서 생기는 문제, 사행성과 오락 사이를 넘나들는 위험들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 같은 늙은이(?)에게는 벤처 캐피털 생태계니 창업가 정신이니 대표 이사 연대 보증이니 하는 건 사실 부차적인 문제이고, 사실상 이런 위험을 감수(Risk Taking)해야 하는 트라우마가 창업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의지에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일게다.

여러분의 생각

  1. 당시 나인포유에서 서버 네트워크를 빌려쓰고 있던 입장에서 갑자기 나인포유가 사라져 의아했는데 저작권 때문에 고생이 심하셨군요… 요즘 이통사들 하는 짓 보면 누구를 위한 음원시장인지 헛갈리지요..

  2. 저 역시 삼성에서 처음으로 옙을 만들면서 음반사와 여러 협상을 벌이고, 그바닥의 생리를 깨달아 보고, 앞선 사업 모델도 만들었지만, 소비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bleeding edge를 경험했죠. 그런데 창업을 위한 사회분위기가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다음, NHN, NCSOFT를 창업한 후배들이 창업할 당시의 환경이 지금보다 좋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도전 정신은 사회분위기보다는 개인적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왜 지금 그런 문화와 정신이 부족한지는 세대의 차이일지, 아니면 개인의 차이일지 나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3년 동안 저도 도전했었는데, 왜 지금 젊은 친구들이 도전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나이에 안하면 나중에 하기 힘들어지는데.

  3. 창업 트라우마가 세대간 전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안정적 삶을 권하는 사회니까요.

  4. 안녕하세요.
    가끔씩 들러서 좋은글을 읽고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 나인포유시절 잠깐 같이 일했었죠
    당시는 저도 많이 배울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은 RIA프로젝트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뵌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5. 하핫. 기억하다마다요. 오랜만이네요. UI쪽으로 계속하고 계시네요. 가끔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

  6. 나인포유를 만드셨군요. 초창기 고생많이 하셨겠네요. 저도 음악 관련 기업을 만들었는데 앞선 분들의 고난(?)을 보곤 모바일로 방향을 돌렸었습니다. 사실 초기 시장의 벽에 부딪쳤을 때 이걸 넘어설까의 문제는 시장과 자본에 좌우되지요. 큰 시장에서는 넘어서면 보이는 열매가 좋은 약이되며 또 넘기를 도와주는 전문적인 자본들이 존재하지요. 한국은 시장이 너무 작고 또 해외 진출 확장 가능성도 떨어지고 거기에 VC의 조력을 받기가 힘드니 버틸 힘이 모자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아예 외국에서 창업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되는 거지요. 후배들의 선전을 기대해봅니다. 채니님 덕분에 예전 추억에 젖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한상기 선배님도 반갑습니다 ~~ 여기서 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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