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미국 패권 시대의 몰락?

본 글에는 영화 2012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본 글의 관점과 스토리는 영화의 큰 맥락이 아니므로 사전 지식 차원에서 유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제 랩사람들과 함께 2012를 메가박스 M관에서 보았다.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는 마야인의 예언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우선 철저하게 헐리우드식 재난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가급적 다운로드 받아서 봐서는 절대 도움이 안되는 극장용 그것도 큰 스크린용이다. (아이맥스라면 더 좋을 듯.)

쉼 없는 재난 장면이 이어지고, 지진과 화산 폭발, 쓰나미 그리고 전 지구적인 스케일의 영상이 볼 만하다. 위급 상황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주인공이야 어떻게 됐든 우선 스케일 하나만으로도 2시간 30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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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없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헐리우드 SF 재난 영화 처럼  미국 위주의 재난 극복 코드를 거의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 투모로우, 10000BC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다. 그의 과거작과는 상당히 다른 영화이다. (트위터의 @patroce, @Go2universe 님의 의하면 독일계로서 그의 전작들이 미국 중심 영화가 아니라고 제보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미국의 역할은 별로 높지 않다. 재난의 징조를 발견한 것은 인도인이고, 전 세계적 과학적 공조를 이룬 것은 흑인이다. 방주를 만든 사람들은 중국인 그것도 티벳인들이고 주인공을 방주까지 인도한 사람들은 러시아인이다.

휴머니즘의 색채를 가미시킨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가족들은 티벳인 불자들이 아니였으면 살아남지 못햇을 것이고 남은 사람을 승선 시키기로 맨 처음 결정한 것은 러시아, 중국, 일본의 정상들이다. 재난 이후 처음으로 밟게된 땅은 바로 희망봉이 있는 남아프리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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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미국인 장관 백인 앤 하우저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하고, 방주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부자들에게 티켓을 판다. 미국 국토는 재앙에 힘없이 무너지고 백악관은 쓰나미로 몰려 온 항공모함 JFK호에 박살이 난다.

경제 위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이 보기에 결코 즐겁지 않은 영화인 셈이다.

노아 홍수의 지질학
이 영화가 즐거웠던 또 하나의 이유는 지질학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에서는 태양의 흑점 폭발, 다량의 중성 미자, 지구 내핵 붕괴와 지각 용융 및 대륙 이동, 판 구조론 같은 많은 지구물리학적 개념들이 다수 나온다.

본 영화에 사용된 이론들은 매우 그럴듯하게 묘사되고 있지만, 지구과학계에서는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는 창조과학자들의 가설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영화의 주요 포인트가 노아의 홍수와 방주 이야기에 기초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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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창조론자들은 1만년 이내의 젊은 우주 및 지구 창조와 노아의 홍수로 인해 인류가 멸망한 사건을 실질적 사건으로 보고 그 과학적 재구성에 노력해 왔다.

특히, 창조과학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ICR 과학자들로 부터 격변적 판구조론(Catastrophic Plate Tectonics) (한글자료)이라는 이론이 나와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노아의 홍수가 지구 내부로 부터 열로 부터 급격한 지각 이동 및 자기장의 변화, 조산운동 그리고 쓰나미로 인한 전 지구적 지질학적 퇴적 작용이 벌어졌다고 예측하고 있다.

유사한 이론 중에는 Hydroplate Tectonics, Shock Dynamics 같은 것도 있다.

다행인 점은 하나님이 성경에 다시 물로 심판하지 않으시겠다고 했기 때문에 유사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점이란 것이다. ㅋㅋ

본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이라면 종말이 와도 자동차 운전은 확실히 필요하다는 점? 차가 없는 나로서는 비행기 조종을 배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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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0개)

  1. 대흠 댓글:

    미국이 과연 버림을 받을 것인가요? 저도 하나님이 다시 물로 심판하지 않으실 것이란 걸 강력하게 믿고 있습니다.^^

  2. 국가-정부는 우리를 버렸다!! 분노의 영화 <2012> 나는 간절히 원한다!!! 지구종말의 2012년을!! 지난 월요일 영화 <2012>를 봤다. 이런저런 이벤트에 응모해 받아둔 영화예매권으로 보게 되었는데,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볼만큼은 아니었다. 그냥 나중에 DVD로 나오면 아니 케이블TV에서 해줄때 봐도 될만한 정도다. 이 영화보다 히스토리채널에서 다뤘던 <지구종말 2012년>가 더 흥미롭다. * 지구종말 2012, 美 소행성 충돌 확인에 경각..

  3. 뜸쓰 댓글:

    어찌됐던 전 인류를 대상으로 형벌(?)을 내린 신은
    god뿐(있다면)이니 또 그럴수도 있겠죠ㅋㅋ
    아…10억유로 모으기를 해야되나요?

  4. 영화 <2012>는 엄청난 영화다. 알려진 제작비만 2억6천만 달러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천75억 원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는 <유니버셜 솔저>(1992년), <인디펜던스 데이>(1996년), <고질라>(1998년),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2000년), <투모로우>(2004년), <10,000BC>(2008년) 등

  5. 오늘 회사 동료들과 “2012”를 봤습니다. 평이 갈리기는 했지만,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인지라 주저하지 않고 동참을 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인 The Day After Tomorrow(투모로우)를 워낙에 재미있게 봤고, 오래전에 봤던 이 영화의 트레일러가 인상깊어서 개봉을 하면 꼭 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영화의 중간에 “역시나 주인공은 엄청나게 운이 좋다.”라는 생각을 여러번 할 정도로 약간의 억지..

  6. 달려라네오 댓글:

    단지 영화한편에 대한 감상문 치고는 지적 클러스터링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한국창조과학회 까지 타고 들어가는 사유의 고집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새로운 생각의 방법을 도 느끼네요.
    아참. 비행기 꼭 따세요 ^^

  7. 핫스터프 댓글:

    저도 개봉하자마자 바로 달려가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같이 본 지인은 보는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던 터라 목이 뻐근할 지경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나저나 성경에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고 한 구절이 있나봐요?
    그럼 다음번 심판은 불(메테오)이 되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ㄷㄷ

    • 성경 댓글:

      불로 심판하는 것 맞습니다. 성경에서 사탄이 풀려나고 난뒤 어쩌어쩌하다가 최종에는 불로 전부 심판하고 지구에 남은 깨끗한 영만 전부 천국문에 들어갑니다.

  8. walkon 댓글:

    성경에는 다음번 심판은 물이 아니라고 하셨죠. 그래서 노아에게 그 증표로 무지개를 보여주셨다는…창세기의 말씀을 인용해봅니다.
    여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이 중심이 되어 있지 않더군요. 뭔가 세계적인 흥행 코드를 위해 각 지역을 반영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눈요기용으로 최고였다고 생각해요~

  9. 또 하나의 잘 만들어진 재난 영화 2012를 리뷰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CG의 측면을 말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뒤이어 하겠습니다. 2012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2009 / 미국, 캐나다) 출연 존 쿠색, 아만다 피트, 치웨텔 에지오포, 탠디 뉴튼 상세보기 배우는 잘 모르지만, 콘에어에서 니콜라스케이지와 함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존 쿠삭이 주연으로 나와 반가웠습니다. 존 쿠삭 (John Paul Cusack) / 외국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