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문화적 장벽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12월  9일과 10일 양일간 유럽 웹 2.0 콘퍼런스라고 불리는 LeWeb 08 행사가 파리에서 개최되었다. 유럽 중심의 웹 서비스와 기술적 토론을 진행하는 행사이다.

사실 LeWeb이 작년에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올해는 주로 미국 실리콘 밸리 인사들을 대거 참여 시키면서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1,700여명이나 되는 참가자를 모았다. 등록비는 대략 1,500유로 우리돈으로 200만원이 넘는다.

아마 행사가 성공한 이유는 프랑스 출신 Loic Le Meur(Seesmic CEO)가 TechCrunch의 마이클 애링턴을 중심으로 자신의 실리콘 밸리 마당발을 이용해서 끌어 모아서 그런듯 하다. (마이클 애링턴은 Seesmic의 투자자이기도 함.)

행사장은 훌륭했지만 겨울인데 난방도 안되는 공간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고, 10만유로(1억 8천만원)이나 들였지만 스위스콤의 무선 인터넷은 아예 되지도 않아서 발표자가 시연도 제대로 못하고 기자들이 기사 송고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마이클 애링턴은 적어도 청중, 발표자, 기자용으로 세 가지 독립 회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문제는 행사 마지막날 있었던 Gilmore Gang이라는 라이브 토크쇼(동영상 보기)에서 있었다. 여기서 유럽과 미국의 문화적인 충돌이 벌어졌다. 마이클 앨링턴의 이야기를 잠깐 인용해 보면...

미국인으로서 나는 최근 몇년 유럽을 방문한 중 가장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한 것이 현지에서 많은 환영을 받았고 미국의 매력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인이 중심이 된 행사임에도 유럽인의 생각의 배경이 되는 염세주의는 변함 없이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연단에 오른 것은 대부분이 미국인으로 불황일때가 거대한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하는 것을 역설하였다. 우수한 기술자를 싸게 고용할 수 있수도 있고, 특히 벤처 기업의 수가 적으면 미디어에서 다뤄질 기회도 커진다. 시장의 크기는 작아질지도 모르지만 라이벌 수가 감소하는 유리함이 있기 때문에 이제야 말로 기회가 오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컨퍼런스의 주최자인 Loic Le Meur (프랑스 기업가로 Seesmic을 운영하려고 아예 실리콘밸리에 이주해 왔다)는 실리콘밸리는 너무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며, 유럽인들은 점심 식사에 2시간을 쓸 정도로 생황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생활의 즐거움도 훌륭하지만 점심에 2시간을 들이고 와인을 마시고 책을 보지만 경쟁에서 이기려는 정신이 부족한 것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미국에 있는 이유다. 유럽에서 탄생한 스타트 업이 문화의 벽을 넘어 성공해도 미국 기업에 인수되어 버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Skype나 MySQL처럼」.

(내 말이 끝나고 난후) 행사장 청중들로 부터 야유가 나왔지만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단상의 패널리스트 전원이 미국인 내지 미국 거주자인 사실이 삶과 일의 건강한 균형을 잡고 스타트업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략)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려고 한다면 5주동안 여름 휴가를 보내는 안정된 직업을 버려야 할 것이다.

두 시간 동안 점심을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기업가는 투자가와 종업원(과 가족)에게 책임이 있다. 무엇인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럽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성공한 기업가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 이주해 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중략) 내년 LeWeb에서는 많은 유럽 기업가가 등장해 유럽 문화를 이겨 성공했다고 세계에 고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이 블로그 글은 유럽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어났다. 컨퍼런스 주최자인  Loic Le Meur은 자신의 블로그에 내년에도 마이클을 LeWeb에 불러야 할까라는 온라인 투표까지 했고, 이에 마이클이 블로그 검열 논란까지 제기하면서 유럽 사람들이 싫다면 나도 안가겠다고 쓰기 까지 했다.

어떤 TechCrunch 독자가 프랑스만 유럽이 아니고 영국 행사로 오라는데 댓글에 좋은 생각이라는 답변에 루이는 열받기까지...   최근 마이클 애링턴과 구이 가와사키 사이의 아이폰에 대한 트위터 논쟁이후 제일 재밌는 볼거리였다.


내가 보기엔 솔직히 같은 유럽이라도 남부와 북부 그리고 동부의 문화가 다르고 2시간동안 점심 먹는 (남부) 문화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유럽에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으며,  단지 유럽에서 스타트업 성공이 힘든 것은 실리콘 밸리와 시장 구조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리콘 밸리 사람들이 좀 더 열심히 일하기는 하지만 밸리는 많은 투자가들이 가진 돈과 열심히 일하는 워크홀릭들의 밀도가 높을 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단일 언어의 단일 시장이 하나의 하이테크 지역만을 바라 보고 있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스탠포드가 밸리에 있다고 MIT가 있는 보스톤이나 칼텍이 있는 LA와 결코 같지 않다.)

이에 반해 유럽은 하나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문화적 배경과 언어가 다른 수 많은 민족들로 구성되어 있고 유럽 전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실리콘 밸리와 비슷한 곳을 들자면 이스라엘이 있는데, 조엘 스폴스키의 말을 빌리자면 이스라엘은 정국이 워낙 불안정해 삼성, LG 같은 큰 공장을 지을 수도 없고 미국 시장과 너무 타이트하게 붙어서 결국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유럽에는 유럽 방식이 있고, 이스라엘, 인도, 아시아에는 나름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실리콘 밸리 방식만 옳다고 고집하다가는 실리콘 밸리도 지금의 월가 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무서운 법이긴 하다.

구글이 선호하는 사람은 "머리도 똑똑하고 무임 승차하지 않고 일도 제대로 끊내는 사람"이라는데, 대체로 회사에 똑똑한 사람들만 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똑똑한 사람도 필요하고 성실한 사람도 필요한 법.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월가의 금융 귀재들이 실패한 이유도 비슷하다. 인류 역사적으로 똑똑하기만 한 사람들은 대체로 안좋은 쪽으로 머리를 굴려 큰 문제를 일으킨 게 적지 않다.

어쨌든 유럽과 미국은 역시 소통하기 힘든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잠재적으로 가진 대륙이다. 게다가 아시아는 또 다른 곳이다.오늘날 IT Geek이라는 사람들도 문화적 배경으로 의견 충돌이 일어난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말이다.

삶과 일의 균형! 그건 중요한 일이다. 삶에서 정말 죽을것 같이 열심히 일할 때도 있어야 하고 삶의 휴식과 안정도 필요하다.  토크쇼 도중 마크 캔터는 "유럽 사람들이여! 조금 더 열심히 일하시고, 미국 사람들이여 조금 더 휴식을 취하세. 인생인 하나 뿐이니까." 라고 외쳤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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