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2월 제네바 방문 시 견학한 LHC에 대한 후기 입니다.
제네바 방문 마지막 날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유럽 입자가속기 연구소(CERN)에서 올해 6월 가동 예정인 거대 하드론 가속(충돌)기(Large Hardron Collider)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죠.
가동이 시작되면 일반인의 참관은 어렵기 때문에 지하 100m에 있는 가속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합니다. (아이들과 Microcosm만 구경하고 하서 서운하던 참인데 정말 잘되었죠.) 와이프와 아이들은 몽블랑으로 보내고 저는 다시 CERN으로 들어왔습니다.
같이 견학을 할 사람들과 가이드인 Christoph Rembser 박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입자 가속기의 검출기(Detector) 중 하나인 ATLAS를 맡고 있는 과학자 입니다. CERN에서는 일반인에 대한 가이드도 과학자들이 직접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과학에 대한 일반 홍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처음에 LHC가 무엇을 하는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주 초기의 빅뱅이 있었을 때 고에너지 환경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즉 27km의 원형 지하 터널 속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한 양성자 2개를 정면 충돌시키면 14테라 전자볼트(eV)가 되는 데 이 순간 가속기는 우주 탄생 직후인 빅뱅 1조 분의 1초 뒤의 고(高)에너지 상태를 만들게 됩니다. 여기서 새로운 입자의 검출, 물질 생성 과정을 연구할 수 있습니다.
LHC 가속기는 24년 전에 논의를 시작해 14년 전 건설 허가가 나온 후, 지금까지 24개국이 참여해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 거대한 과학 실험 장치입니다. 충돌시 나오는 엄청난 자기장과 에너지를 견딜 수 있는 건설 및 전자 공학적 장치와 그리고 실험을 통해 나올 초당 100테라바이트급의 데이터 분석용 컴퓨터 공학 등 지구 최대의 과학적 모험이라고 할 수 있죠.
가속기 가동 시뮬레이션 더 많은 동영상은 YouTube에 있습니다.
제가 견학한 ATLAS는 가장 큰 검출기 중에 하나로 마치 X선 사진기 처럼 입자 충돌 후 고에너지 상황에서 깨진 입자들이 튀는 궤적을 검출하는 장치 입니다. 지상 건물에서 여러개를 조립 한 후 지하 100m 아래 검출기로 재조립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니 검출기 각 부분이 빼곡히 차 있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비어 있었는데 이제 조립이 거의 완료 단계라고 합니다.
ATLAS를 보고 난 후, 시간이 좀 남아 Christoph 박사님이 몇 가지 실험 기기를 더 보여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CERN에는 매우 많은 연구동이 있는데 각 건물 번호에는 1950년대 부터 지금가지 건설될 당시 년도가 나와 있습니다. 특히, 각 연구동 사잇길은 아인슈타인길, 뉴튼길 등 과학자 이름으로 지어져 있더군요.
한참을 걸어 초기에 사용하던 입자 가속기 디텍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커다란 콘크리트벽으로 쳐져 있는 이 검출기는 방사능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군요. 또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LEIR이라는 전자를 처음 쏘는 인젝터(Injector)도 볼 수 있었습니다.
CERN에는 24개국 수천명의 과학자 및 공학자들이 일하고 있는 곳으로서 우주의 기원을 밝혀 내기 위해 수십년간 끊임없이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오는 6월 첫 가동에서 얼마나 많은 비밀이 풀릴지 기대를 해도 되겠지요.
(추가 내용)
LHC에 대해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LHC가 만들어낼 고에너지 환경에서 이론적으로 조그만 블랙홀을 만들어내 결국 지구를 집어 삼킬 가능성이 있다는 논란입니다. 또한, 블랙홀은 아니더라도 마주치는 모든 물체를 이상한 물질로 바꿔버리는 ‘스트레인지렛(Strangelet)’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며 안정성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LHC가 블랙홀을 만들어 낼 경우 지구 파괴 시뮬레이션
이에 대해 CERN은 소형 블랙홀이나 야릇한 입자, 자기홀극 등이 생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보고서에서 “제기할 수 있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또한, 소형 블랙홀은 몇몇 미검증된 이론이 사실이 아닌 한 생성될 수 없으며, 설령 생성된다 하더라도 호킹 복사에 의해 거의 즉시 소멸되므로 무해할 것으로 합니다.
또한, 우주로부터 지난 수십억년에 걸쳐 LHC에서 생성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cosmic ray)이 지구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6월이면 이제 며칠 안남았는데 광우병 괴담(?) 보다 사실 블랙홀 괴담(?)이 더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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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잘 보았습니다.
제가 과학적 지식은 전무하지만
지구상에서
이처럼 큰 이벤트가 일어난다니
흥분이 되네요..
드디어 가동 하는군요+_+
과학 발전의 징검다리 위에 서계시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6월이 기다려지네요~ㅎㅎ
아주 실감나게 방문기를 써주셔서 제가 다녀온 느낌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힉스 입자가 과연 발견될까?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