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해도 세 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갔는데, 재난이 덮치면 항상 밤을 새고, 재난 현장에 묵묵히 가서 인명과 재산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독 IT 현장에서는 이런 분들을 찾기가 좀 힘들다. 오히려 ‘똑똑한’ 분들이 넘쳐난다.
#1. 서비스는 민간에 맡겨라!
얼마전 정부에서 @메일 대신 #메일이라는 공인전자주소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소위 오프라인의 내용 증명을 온라인에서 구현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이미 2000년대 초 당시 공개키(PKI) 기술을 본 따 공인 인증이라는 제도를 시행했다가, 특정 브라우저에 종속적인 폐쇄적인 플러그인과 국내에만 통용되는 레거시 시스템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 또 다른 갈라파고스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는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을 수도 있으나, IT 정책은이나 제도를 신중하지 않고 함부로 만들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만들 때 자기가 새로운 아젠다를 세팅하고픈 욕망과 기술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얇은 귀가 되어, 꾀임에 빠지는 것 아닌가 싶다. 결국 공인전자주소 서비스도 공인 인증의 또 다른 비지니스 모델인 것 같으니 말이다.
실제로 이 제도가 2004년도 부터 추진되었지만 그동안 몇몇 소수의 기관 및 기업을 제외하고 실제 사용자나 이메일 서비스업자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졸속 추진된게 아닌가 의심도 든다.
이런식으로 정부에서 콘트롤 타워가 되어 성공한 강한 관료의 국가의 추억 때문에 정부는 위피(WIPI), 와이브로(WIBRO) 등에서 삽질을 계속하게 된다.
#2. 뭔가 진흥 하지말고 그냥 민간에 맡겨라!
언제 부터인가 공무원 사회에 민간인 전문가들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철밥통(?) 같은 공무원 조직에 활력소가 되는 것이니 나름 정적인 조직에 도움이 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민간 사회에서 못했던 것을 정부에서 이루어 보려고 하는 분들이 꽤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 사회에서도 실적주의가 팽배해 지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류에 편승하는 기술 정책이나 이벤트성 아이디어들이 자꾸 나온다. 예를 들어, 한국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를 육성한다는 정책, 벤처 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난무하게 된다.
이들 정책들은 정부 부처-각종 진흥원-관변 산업단체-힘 없는 중소 기업의 갑-을-병-정 관계를 통해서 구체화 된다. 부처 공무원들이 준정부 기관인 진흥원을 데리고 일하고, 진흥원은 각종 민간 산업 단체 및 포럼을 만들고 여기에 안 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장해서 일을 시키는 하청 구조가 만들어진다.
어떤 ‘의욕적인’ 공무원이 꽂힌 주제는 어떻게든 일이 만들어지고 돌아가게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다보니 정부에서 뭔가 도와줄게 없냐는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가만있는게 도와주는거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3. 연구 주제도 민간에 맡겨라!
R&D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름 중견 기업의 입장에서 산학연 연계를 한다는 명목으로 몇 년 전부터 정부 연구과제에 참여 연구기관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최근 R&D 동향을 보면 지금 인기가 있는 연구 테마를 부처마다 서로 선점하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빅데이터 기술을 예를 들면, 4년전에 Hadoop을 가지고 연구를 한다고 했을때, 기술 자체를 이해를 못하는 건 그렇다 치고 왜 그런걸 쓰느냐는 과제 디렉터(PD), 평가 위원들이 대다수였다. 몇 년이 지나 이제 빅데이터가 뜨니까 관련 연구 과제를 만든다는 둥 차세대 먹거리라는 둥 설레발이 한창이다. 글쎄, 이제 연구할게 남아 있나 모르겠다. 그냥 오픈 소스 쓰면 되는데…
그러다 보니 몇 년을 내다보고 선행 연구라는 걸 제안하면 도대체 뭔지도 모르고, 왜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평가 위원들을 종종 만나는데, 오히려 그 사람들이 뭔지 모르는 연구가 좋은 연구가 아닌가? 지금 뜨는 주제를 연구하는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최근들어 게다가 실적을 고려해서 노벨상 도전이나 실적이 크게 보이는 대형 과제 중심으로 지원이 지속되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가속된다고 한다. 연구에도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4. 불필요한 R&D 관리 말고 인건비만 지원해라!
IT 생태계는 지옥같고 도처에 지뢰밭 투성이고 국민들은 고통 받고 있는데 혼란을 야기할 거라는 이유로 걷어내지 못한 건 엄청 많이 있다.
뭔가 새로 만들겠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서 지금 사람들의 불편과 비용을 내는 레거시가 뭔지 파악해서 해체해서 IT 산업 현장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시류에 편승한 획일적인 진흥(?) 정책 보다는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IT 정책이 필요하다.
연구 개발(R&D)의 연구 주제를 정하는 건 모두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자금에 대한 관리만 하는 게 좋겠다. 불필요한 예산 집행(장비비, 회의비, 출장비)을 줄이기 위해, 그냥 독일처럼 인건비만 지급해라. 지정 과제는 줄이고 기업이나 연구소가 제안하는 자유 공모 과제를 늘이면서 연구 역량이 인정되는 곳으면 잘 이해가 안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되어도 그냥 연구 기회를 주자. 해 보겠다는 그런데서 대박이 난다. 대학에도 선행 연구의 기회를 더 주면 좋겠다.
새로운 IT 기술적 현상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게 바라보고 그냥 놔 두어 시행 착오를 거쳐 자연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하면 좋겠다.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새로운 정책이나 규제를 만들기 보다는 시장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산업과 파괴를 도모하는 기업에 오히려 혜택을 줘야 한다. 기득권에 대한 정부의 조정 역할이 필요한 때다.
이제 ‘똑똑한’ 공무원이 아니라 진정 ‘봉사하는’ 공무원들을 만나보고 싶다.
p.s. 본 글은 공직에 계신 분들을 비하하거나 매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공직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좀 더 생산적인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되길 원하는 작은 바램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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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니님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한글자 씁니다.
저런 정부는 우리말을 들어주지 않아요.
눈에 띄지 않으면 무시하는게 정부 종특입니다.
공인인증서 대안 제시해도 말을 안들어 처먹고.
IE 편중해서 소송을 걸어도 패소하고.
대기업 위주의 연구 및 사업방식으로 진행하려 하고.
자바가 편중된 이유도 대기업이 오라클(예전 썬) 고객이라서 그것들 지식베이스가 많으니 밀고 나가는 거고.
어정쩡한 중소기업의 얄팍한 지식이라고 대기업 하청이나 나가라 정부가 밀고.
IT 뿐만이겠습니까? 지금 현 정부를 보면 탁상 졸속행정? 안나오면 심심할 정도입니다.
뭔 짓을 해도 말길을 안들어 먹으니 이제는 설득할 자신도 없어졌습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지.. 여태까지 이런 반응이니..
빨리 외국으로 뜨고 싶어도 돈도 없고..
저는 지금 갑을병정에 빠진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입장에서는 역시 정부를 불신할 수밖에 없더군요.
좀 유연한….효율있는 행정을 주도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죠.
노동 생산성과 효율…바쁘기만 하다고 선이 아닙니다~~
다른 것보다도, rfc와 w3c에서 나오는 문서들을 한글로 번역하는 거나 하면 좋겠네요. 그것도 일회성으로 한번 하고 마는 식으로 말고, 아예 이것만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서 꾸준히 하면 좋겠습니다.
정부면 기초적 저변을 넓힐 생각을 해야지, 당장 돈되는 유행만 따라가려하니 지들이 정부인지 기업인지..
그리고 기술 육성을 하고 싶다면, 기본적인 한글 stemmer, 한국어 문자 인식, 한국어 음성 인식/합성 이런 분야의 기반 기술을 오픈 소스로 갖춰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지. 그래야 그 위에서 더 고도화된 응용들이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네요. 장애인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봐도, 최소한 저런 건 어디서나 기본으로 사용가능한 기술이 되도록 하는게 한국 정부의 책임인 것 같습니다.
그냥 푸념이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들도, 저런 한국어 기술 관련된 랩들이 common base가 되는 프로젝트 수립해서 같이 만들어나가고 하면 좋겠어요. 그걸로 학부생, 석사들 교육도 시키고, 랩마다 연구한 기술들의 reference implementation 만드는 base로 사용하기도 하고, 그렇게 완성된 기술들은 다시 common base에 반영하고. 기업들이나 FLOSS 프로젝트들도 가져다 쓰면서 contribution back하고.
그냥 꿈입니다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