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점점 웹 표준 괴물이 되어간다?

며칠 전 구글의 InsideSearch에서 크롬에 ‘인스턴트 페이지(Instant Page)’와 ‘보이스 서치(Voice Search)’와 라는 기능을 탑재하고 이에 대한 데모를 선보였다.

인스턴트 페이지는 이미 알려진 인스턴트 검색을 확장한 것이다. 인스턴트 검색은 사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는 대로 순식간에 검색 결과 화면을 바꾸는 데 반해 인스턴트 페이지는 사용자가 클릭할만한 검색 결과 상위 웹 페이지를 빠르게 전환한다.

데모를 보면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페이지 전환이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와! 크롬 진짜 빨라졌네” 하고 생각할 정도다.

이 기능은 아주 획기적인 기술을 쓴 건 아니고, 검색 결과가 나올 때 사용자가 클릭할 웹 사이트를 통째로 미리 보이지 않는 탭에 로딩을 해 두었다가 사용자가 클릭하면 그때 짠 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일종의 눈속임이다.

웹 표준의 자의적 해석
물론 HTML5 표준 문서에서 유사한 prefetch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웹 개발자가 사용자가 본 웹 페이지 다음에 갈 만한 주소를 미리 지정하면 브라우저가 미리 로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슬라이드쇼의 다음 페이지나 이미지 파일 같은 것을 미리 다운받아 임시 폴더(캐쉬)에 넣어 두는 것으로 이미 2002년부터 Mozilla가 미리 선보였던 기능이다.
 
문제는 기존 prefetching이 특정 파일(HTML 혹은 이미지)을 캐싱만 하는 것과 달리 크롬의 것은 prerendering이라는 방법을 쓴다. 즉, HTML뿐만 아니라 CSS, 자바스크립트 및 이미지 파일까지 미리 가져와서 보이지 않는 탭에 미리 완벽한 웹 페이지 렌더링을 마치는 것이다.

구글의 주장은 prefetcing만으로는 빠른 전환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사용자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크롬의 속도 마케팅 혹은 구글의 검색 경험에만 도움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보기에 따라 사용자는 부지불식간에 클릭하지도 않은 웹 페이지가 미리 로딩이 되므로 자원 낭비가 되고, 해당 웹 서버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른 도메인의 웹 페이지를 지정할 수 있어서 서버 부하 공격에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prefetching이 최소한의 저장 기능을 제공하는 데 반해 구글 크롬은 표준이 정한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러고는 웹 표준에 따른다고 한다. 구글 검색 상위에 올라와서 기분은 좋다지만, 사용자 클릭도 안 받은 상태에서 미리 웹 페이지를 긁어 가는 것이 과연 웹 사이트에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때문에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고 구글은 브라우저에 웹 페이지가 표시되는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Page Visibility API라는 표준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다.

혼자서 끌고 나가는 표준?
또 하나의 문제는 웹 표준 프로세스를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이 많은 목소리 큰 업체가 이기는 W3C의 취약점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Page Visibility API를 만든 Web Performance W/G의 경우 구글이 주도하고 있다. 구글이 소개한 보이스 서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웹 페이지에서 음성을 입력받는 HTML Speech Input API는 역시 구글이 주도하고 있다

.웹에서 음성을 입력 받아 번역을 하는 것 물론 좋은 기능이다. 하지만, HTML Speech Input API는 W3C의 정식 워킹 그룹도 아닌 인큐베이팅 그룹 즉, 표준에 대한 요구 사항을 조사하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곳인데 크롬이 구현한 대로 표준안을 보내 버린다.

사실 지금까지 웹 기술의 발전이 표준이 먼저가 아니고 구현이 먼저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넷스케이프와 IE 사이 브라우저 전쟁 중에도 그런 일이 횡행했었다.

신기술에 대한 구현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웹 표준 제정에서 중요한 공감대이다. 대체로 사용자와 웹 사이트 모두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살펴본 기능은 구글에만 크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자사 이익만이 아닌 공감대로~
특히 과거 웹 브라우저들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기존의 있는 것을 독자적으로 변형 한다거나 독자적인 선구현과 표준 활동을 통해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구글의 행보는 넷스케이프나 과거 MS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크롬도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될것인가? 에서 언급한 대로 아직도 다른 웹브라우저들이 다 채용한 ‘추적 방지 기능’은 감감무소식. 그렇게 열심히 구현하는데 자사의 이익에 반하는 기능은 구현할 시간이 없는지 모르겠다.

구글 이상한 사내 업무 협조? 에서 보다시피 구글 내 양대 산맥은 크롬팀과 안드로이드팀이다. 사내에서도 좀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것 같은데, 크롬이 점점 안하무인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게 현실화되고 있다.

크롬이 사용자의 사랑을 점점 받아가는 만큼 기술 혁신 만큼 공감대를 얻어내는 일을 잘 해야만 넷스케이프와 IE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다.

p.s. 이 블로그의 오랜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구글의 행보에 기술 혁신 리더로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부정적인 면을 많이 쓰게 된 것은 실제 그런 모습들이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경쟁사이긴 해도 비판을 한다는 것도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느 회사처럼 관심조차 끊게 만들어 버리는 비이성적 태클만 걸지 않는다면, 구글에 대해 잘하는 것은 잘했다 못하는 것은 못했다는 이야기를 계속하련다.

여러분의 생각

  1. 어차피 인간의 모든 일들이라는 것이 조직들 내에서도 힘이 있는 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지 않나요… 자연의 섭리인 듯….ㅠㅠ

  2. 음… 딱히 구글이 잘못하는것 같은 느낌은 안드네요.
    어떤식으로 해야 더 ‘공정하고 IT 생태계 전체를 위한 일’ 이 되는건지도 제안해주셨으면 비교가 될텐데요…

  3.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본 웹브라우져의 기능에 관련된 글로 보입니다. 표준을 알 필요가 없는 사용자입장에서는 빠른게 좋은거죠.

  4. 조금은 어렵지만, 잘 읽고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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