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도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될것인가?

구글이 빅브라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신호가 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처음 제안된 ‘Do Not Track‘이라는 기능이 Firefox 4를 선두로 IE9과 Safari에까지 연이어 탑재되었지만, 아직 구글 크롬은 캄캄 무소식인 까닭이다. 어느 브라우저 보다도 엄청나게 빠른 기술 업데이트를 해제끼면서도 말이다…

Do Not Track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웹 이용 기록을 추적하거나 기록하지 말라고 웹 사이트에 알려 주는 아주 간단한 기능이다. 주로 쿠키 인증으로 검색 기록, 페이지 탐색 기록 등을 알아내 저장해 온 업체에게 인증 같은 건 해도 행위를 추적하지 말라는 경고문(HTTP header message)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 추적을 피하려면 웹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쿠키를 쓰지 않거나 해야만 하는데, 그러기에는 사용자 비용이 너무 높고 웹 사이트들이 알아서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지키는게 맞다.

넷스케이프 딜레마
Mozilla의 가장 오래된 구루인 Asa Dotzler는 자기 블로그에서 크롬이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유인즉 10년전 Mozilla 커뮤니티가 1.0을 내놓을 당시 AOL/타임워너에서 이를 제품화한 Netscape 7에서 가장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팝업 차단 기능’을 뺀 채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AOL/타임워너 입장에서는 CNN 같은 자사의 웹 사이트에서 주요 수익 수단이었던 팝업 광고를 자사의 브라우저가 차단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사 이익 때문에 팝업을 싫어하는 사용자의 이익과는 완전히 다른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10년 후, 구글은 자사의 검색 광고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데 사용자 행태 분석, 개인화, 검색어 저장 같은 추적은 없어서는 안될 기능이므로 자사 브라우저가 이를 차단하는 건 ‘넷스케이프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Asa는 현 구글 크롬팀 리더가 당시 같은 경험을 했던 Mozilla 커뮤니티에서 함께한 일원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가 노력은 했겠지만, 아마 검색 광고부서의 압력에 굴복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물론 구글이 크롬에 DNT 기능을 탑재하지 않아서 과거 AOL/타임워너의 팝업 광고 처럼 쇠퇴하거나 검색 광고 시장이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용자의 이익과 자사의 이익이 배치될 때 선택은 어떨지 앞으로 두고 볼일이다.

구글, 현대판 AOL/타임워너 되나?
사실 DNT를 요청하더라도 강제 조항도 없을 뿐 더러 추적을 하는지 안하는지 감시할 방법도 없다. 반대론자들은 한 줄 헤더 때문에 쓸데없는 네트웍 트래픽만 낭비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AP통신을 비롯 몇몇 웹 사이트들이 바로 사용자가 Do Not Track 요청을 설정해서 접근하면 사용자 데이터를 더이상 추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양심적 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발빠른 대응은 회사의 이미지에 큰 이익을 준다.

특히, 개인 정보를 더 엄격히 지키기 위해 미 상무부나 공정위에서 DNT 기능에 대한 지원 여부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강제를 한다면 상황은 180도로 바뀔 수 있고, 현재 인터넷 시민 단체들에서 다양한 창구로 로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자사의 검색 광고 사용자 추적을 위한 특허를 내는가 하면, 야후는 자사의 사용자 검색 기록을 60일에서 18개월로 늘이는 개인 정보 정책 개정을 하였다. 애플은 위치 정보 기록을 아이폰에 암호화 하지 않은채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이익과 전면 배치될 수 밖에 없다.

1차 브라우저 전쟁(IE vs. Netscape)과 2차 브라우저 전쟁(IE vs. Firefox)를 거치면서 우리는 웹 브라우저가 단순히 어느 한 회사의 이익에 복무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인터넷과 웹을 탐색하는  공공 자원의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웹 표준을 지키고 접근성을 지원하여 개방된 기술로 사용자와 개발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크롬이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 줄지 기대하는 바이다.

p.s. 마침 오늘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2011년 4월 19일 글로벌 정보망인 스카이넷이 스스로 자기 인식한 후, 이를 심판하는 Jugement Day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구글이 있다?

Update.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가 2012년 9월 드디어 Do Not Track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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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1개)

  1. 키쿠 댓글:

    Don’t be evil 을 주창하는 구글이 사용자들을 점점 더 조이네요..

  2. danxing 댓글:

    넷스케이프가 망한 이유가 그것(팝업?)만은 아니겠지만 need를 잘못짚었다는 데에는 동감합니다… 개인정보가 중요한 시대이니 만큼 개인정보보호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는데도 동감이 갑니다.
    크롬에 Do Not Track기능이 빠져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되었네요..감사감사!!

    그러나 크롬이 위기를 맞이할수도 있다라는 경고의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넷스케이프를 가지고와서 비유하는 것은 그리 와닿지 않는군요.. 크롬 사용로서 기존의 사용했던 브라우저 대비 많은 만족도를 얻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더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함이라는 전제조건이 붙긴하지만, 개인정보를 기업이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물론 고객의 동의가 필수이겠지요. Do not track이란 기능이 고객의 의사를 분명히 해주는 기능은 하겠지만, 웹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이용하는 웹브라우저에 필수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보안 불감증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글구, 구글에 대해 꽤나 부정적이시네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구글의 역활이 지대할텐데요.. big brother가 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최근 facebook도 치고 올라오고 있고..big brother가 되는 것도 쉬운 것 같진 않네요…

  3. gizrak 댓글:

    일리 있는 분석이십니다. 그런데 팝업을 막은 거랑 사용자 정보 집계 기능을 뺀거랑은 일대일로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의견입니다만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될 정도의 사안은 아니지 싶네요. ^^

  4. 시장의 반격 댓글:

    마치 오픈소스의 구원자처럼 포장되는 구글이지만
    실상은 반 애플/ms 정서에 기대 반사이익을 취한 그래서 어쩌면
    그들보다 더 큰 악이 될지도 모를가면이 벗겨지는게 아닌가 싶네요

    ‘날 추적하지마’기능의 탑재지연은 그런 수많은 신호중 하나인데
    최근 구글은 자신의 이익을 소비자보다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 스마트폰이 구글이 파편화 방조로 고작 구입 6개월만에
    업그레이드가 더이상 되지 않는데 대한 반감이.. 맞습니다.. –; )

  5. 아이맥유저 댓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사용자 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검색/광고 수익이 회사 전체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글로서는 앞으로도 저 기능은 넣기 힘들거라고 생각됩니다.

    혹시 또 모르죠 광고만큼은 아니더라도 훌륭한 수익원을 발견 해 낸다면
    채용할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검색엔진에서의 데이터 마이닝과 광고를 통한
    수익얻기 만큼 소비자에게 덜 눈에 띄는것도 없다고 보기에
    계속 이 둘을 주축으로 나아 갈거라고 봅니다.

  6. ㅎㅎㅎ 댓글:

    다른사람이 날 파괴하기전에
    내가먼저 나자신을 파괴하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7. joogunking 댓글:

    이미 크롬을 만들때부터 목적이 웹브라우저에 구글에 유리한 기능을 삽입해 배포한다는 것 아니었을까요? 모질라 재단의 파이어폭스는 마음대로 제어하기 힘들었고, 구글 툴바는 보급에 한계가 있었구요.
    저는 Adblock Plus도 막을줄 알았습니다.^^.

  8. 류희태 댓글:

    위에서 어떤 분이 쓰셨지만, 넷스케이프가 망한 이유가 단지 팜업창 때문은 아닐 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크롬이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동의합니다.
    다만 “크롬도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될것인가?” 라는 제목이 본문과 적절한 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크롬도 Do Not Track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와 같은 제목이 나을 것 같습니다.

  9. mars 댓글:

    구글은 크롬을 가볍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 기능이 아니면 플러그인 형식으로 기능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RSS, Gmail도 크롬이 지원하지 않지만, 플러그인을 깔면 기능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Do not track 기능도 마찬가집니다. 구글은 이 기능을 지원하지만, 플러그인 형식으로 지원을 합니다.

    https://chrome.google.com/webstore/detail/hhnjdplhmcnkiecampfdgfjilccfpfoe

    • channy 댓글:

      저도 추적 옵타아웃 크롬 확장 기능이 있는지는 알고 있구요. 내용을 적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웹 브라우저들은 브라우저 내장 기능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넣지 않았습니다.

      즉, 본 기능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으로 주요 기능으로 다루어져야 하고 별도 확장 기능으로 빼야 할 정도로 브라우저 성능에 하등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닙니다.

  10. 크롬도 제2의 넷스케이프가 될것인가? – http://goo.gl/IWnQi, IE9에 새로 들어간 기능을 보다 첨 알게된 웹브라우저의 기능.. 구글 입장에선 이 기능 넣으면 타격을 좀 받겠죠.. 그래도 다른 브라우저에 다 들어가는데 자기네만 버틴다고 될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