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팽창보다 내실을 선택하길…

KAIST,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학교다. 80-90년대에 학교를 다닌 이과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기서 공부하는 것을 꿈꾸어 봄직하다.

인터넷에 처음 입문했던 시절 KAIST의 BBS인 ‘아라’에서 놀면서 그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사귀어 대전에 놀러가 며칠씩 머물기도 하였는데 90년대 말 창업 열풍이 불면서 IT 업계 주변에는 KAIST 출신들이 많아지기도…

과학고 출신들이 대부분인 그 학교가 40년간 국내 이공계 발전에 기여한 바는 실로 엄청나다. 그런데, 그런 학교가 요즘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오늘날 KAIST의 문제는 오늘날 이공계의 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그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홀로서기를 위한 과도한 팽창주의와 다양성을 해쳐 온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구 KIT(오늘날 KAIST 학부)는 90년대초만 해도 한 학년 300여명의 400억원 정도의 예산(국비지원 90%)인 과학 영재학교였다. 지금은 900여명(60% 과학고 출신) 6,000억원(국비지원 30%)인 일반 공과대학이 되었다.

과학고 졸업생들이 2학년이면 KAIST에 입학하고, 3학년까지 남은 학생들이 일반대에 진학하던 건 옛이야기가 되었고, 이제는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학을 우선시 하고 있는 추세다. 즉, 이제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이공계 역군이 되라는 과거 개발 독재시대의 아젠다는 맞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KAIST는 과기부의 보호(?) 아래 다른 일반 대학과 달리 교육 당국의 간섭이 덜해 독특한 입학 제도와 학제와 학풍을 가진 국내에 몇 안되는 학교이다. KAIST는 그 자체로 옛날 부터 1학년 무학과 제도와 전공을 넘나드는 수업 그리고 낮은 교수대 학생 비율로 이미 글로벌화 되어 있는 학교였다.

2000년대 이후, KAIST는 유래 없는 팽창을 시작한다. 전임 러플린 총장이 사립화를 기반으로 개혁을 시작하다 좌초하나, 당시 시작된 학교 팽창과 성과 지상주의는 서남표 총장까지 맥을 잇고 있다.

학생과 교수수를 늘이고, 외부의 돈을 끌어와 건물을 짓고 외견상 성장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창의적인 환경은 획일화로 전이된다. 오늘 날 KAIST는 우리 사회의 경쟁 지향적 성장 일변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 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고, 젊은 층은 갈 수록 줄어든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만들어 온 성장 버블로서 나라를 지탱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고 우리 대학들이 첫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기성 세대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듯하다.

성장과 경쟁 일변도에서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왔으며 다양성의 확보가 절실하다. 대학의 자율성을 높혀 특성화 하여 수요자층에 맞는 교육과 연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터…

 KAIST가 일반 대학과 같은 규모의 경쟁을 하지 말고, 오히려 포항공대와 함께 나름의 학풍으로 과학 인재들을 길러내는 특성화된 학교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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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3개)

  1. ㄹㄹ 댓글:

    팽창 주의라..일단 학부생이 늘어난것은 2009년도에 정보통신대와의 합병으로 인하여 그쪽 학부생 정원 120명이 증원된 것이 주된 요인이구요, 이게 아니라도 현수준의 학부생정원은 절실하게 필요했던겁니다.

    적어도 이공계는 학부 졸업만으로선 할수있는게 극히 제한 적입니다. 학부생이 무슨 연구를 제대로 하는것도 아니구요. 연구는 대학원생이 하는거죠. 요즘 학문분야가 과거와 달리 매우 다양해지고있으며 각종 융합분야도 새롭게 탄생하고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시류에 발 맞추려면 에너지, 나노 , 환경, 생명공학, 신소재등 융합성격의 다양한 연구를 할 필요가 있고 그에 병행하여 교수진의 충원과 그에 따른 시설및 대학원생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학문분야가 우후죽순 격으로 태동하는데 이를 외면하고 전통분야만 고집할수는 없는 일입니다.

    학부생은 미래의 대학원생이고 우수대학원생의 확보야 말로 연구중심대학으로 살아남기위한 지상과제입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이공계 대학이 팽창 중 에있고 그러면서 대학원생의 확보가 절실한 실정입니다. 서울대 대학원은 이제 인서울대학 학생증만 있으면 입학한다는 우수개 소리가 있을정도 입학경쟁이 사라졋습니다. 포항공대 대학원은 주로 경북, 부산지역 학부생이 들어가는 이미 전국권 대학원으로서의 입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대학 이공계 대학원은 입학정원에 미달상태입니다. 원서만 내면 입학하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카이스트만이 유일하게 경쟁이 있는 학교입니다. 카이스트 대학원에 가장 우수한 자원이 바로 카이스트 학부생입니다. 지금 학부생 정원 970명을 유지해야 빠지는 학생 제외하고 대학원생 중 반을 학부출신으로 채울수있는겁니다.

    이렇게 학부생 정원 문제는 카이스트로서는 양보할수 없는 문제입니다.

    • channy 댓글:

      우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학부가 우수 대학원생 유치에 중요한 요소라고 하더라도, 포항공대의 학부생은 여전히 300명입니다. 특히, 과학고 우수 인재들이 이제는 예전같이 KAIST에만 입학하지도 않습니다. 전국 모든 대학이 입학 정원을 줄이고 있구요. 앞으로 10년이면 학령기 학생들도 30%가까이 줄어듭니다.

      참고로 글에 첨부한 KAIST 5개년 계획(2007-11)에서 2011년까지 교수 대 학생 비율을 MIT수준인 1:6까지 줄인다고 되어 있으나, 당시 1:17에서 1:20으로 늘어나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대학원 연구 중심인 KAIST에서 학부생들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불모듯 뻔하구요. 교육과 학생의 질을 낮추면서 성장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KAIST 대학원이 경쟁이 있는 까닭은 KAIST 학부생들 때문이 아니라 일반대 학생들이 질 높은 연구 환경을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학부와 연구 둘다 원한다면 KAIST는 차별화가 불필요 할 겁니다.

  2. 종달 댓글:

    과거 일요 심야 드라마로 나왓떤 카이스트 그때는 정말이지 천재들의 집합소였습죠…

    왜 그런 천재들의 ‘요람’을 왜 인재들의 ‘무덤’으로 만드는건지…

    카이스트의 이미지는 질로 승부하는 곳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