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글솜씨 그리고 가치관 등 여러 모로 존경하는 블로거인 아거님의 GatorLog가 오랜만에 다시 열렸다.
덤으로 GatorLog in Memory라는 블로그도 다시 시작 하셨는데, 2007년에 쓰신 글 중에 하나를 읽으면서 블로깅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블로그에만도 관심 있는 이야기꺼리를 매년 대략 200개 정도 써왔고, 십 여개 정도의 블로그에 이것 저것 쓰는 걸 합치면 300백개는 넘을 것 같다. 거의 하루 걸러 하나씩 글을 쓴 셈이다. 근데 요즘 들어 블로그에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 지고 있다.
뭔가 쓸려고 할 때 마다 생각나는 자기 검열 같은 것들에다 글이 불러올 여파에 대해 미리 지레 짐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블로그를 폭파시키고 잠수탔다가 다시 하는 사람도 있고, 완벽히 물 관리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래 볼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대략 4년 전에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적은 글이 있는데, 이 글에 보면 스스로 블로그를 자기 분신과 만나는 곳이라고 칭했다. 그때 처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글을 나누고 하던 작은 커뮤니티 같은 공간이 그립다. 아거님의 글에도 블로그에서 바로 그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로 블로깅에 애정을 가진 블로거라면 눈으로 보이는 이런 외형적인 산출물보다 바로 ‘내가 다른 블로거들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와 같은 무형의 결과(intangible outcome)에 더 큰 관심을 둘 것이라는 점입니다
(중략)
관계의 요체는 바로 직위나 처지, 혹은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에 따라 차별하거나 얕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중략)
어느 잘 알려진 IT기자 블로거의 대문위에는 “모든 블로거가 유명해지는 그날까지”라는 표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지만 블로그계는 “블로거 idol”을 꿈꾸는 끼있는 자들의 장기자랑 무대라기보다는 수많은 익명과 필명들이 촘촘하게 얽어놓은 아주 조그만 관계망의 총합으로만 존재할 것입니다.그래서 저는 이렇게 외쳐보겠습니다.”모든 블로거들이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날까지”
Gatorlog in memory 모든 블로거들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그날까지
이미 이 공간은 내 생각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곳이 아니다. 나를 모르는 수 많은 사람이 들락 거리고 있고
객관적인 뭔가를 요구하는 일종의 미디어의 잣대를 들이대는 곳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답글 토론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경우가 많아서 가급적 답글도 달지 않고 있다. 원글과 사람들의 찬반의견이 조화롭게 되어 일종의 객관성을 유지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린 이유다. 이렇다 보니 개인적인 관점에서 블로그의 의미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달동안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욕구를 Twitter에 분출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미투데이와 달리 동시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다 짧은 단문에 주고 받는 이야기의 재미가 솔솔하기 때문이었다.
몇 달 동안 재미있게 썼는데 문제는 이제 트위터에서도 1,600명이 넘는 사람이 나를 follow 하고 있다는 것. 조금씩 야금 야금 추가하다 보니 250여명을 following 하기도 버겁다. 결국 답해야 할 트윗이 많다 보니 보니 내 트윗수가 조금씩 줄어드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난 스스로 아주 사교적인 사람은 못된다. 다만 직업의 특성상 온라인 상태가 많고 따라서 오프라인 보다는 좀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있을 뿐이다. 덕분에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도 계속해서 연결되고 만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얼마전 부터 가는 시맨틱 웹 스터디 모임 처럼.
혹 난독증이 있으신 분을 위해 첨언하자면 유명세나 영향력이 있다고 자랑하는 글이 아니다. 오히려 ‘영향력’과 ‘관계’ 사이에서 계륵같은 이 블로그를 어떻게 처치해야 하나 하는 고민의 글이다. 다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블로그가 어느 정도 노출이 되면 부닥치는 문제인데 많은 분들이 겪고 있으실 듯 하다.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좋은 해법이 있으시면 알려주시길…
짤방.
며칠 전 마라도에서 올때도 무지개가 떴었는데, 어제는 쌍무지개가 떴다. 아이들과 탄성을 질렸다. 멋진 광경이었다. (Daum GMC에서 본 사진 photo by L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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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 공부는 잘하고 계시온지요?
계륵같다고 느끼면 버려야지요. 조조가 한것처럼.
근데 말미에선 스스로 진정 ‘계륵’이라고 생각하진 않으시는 것 같네요.
GMC 의 쌍 무지게.. 분명 Daum에게 좋은 일이 생길듯! 영향력과 관계 어려운 문제이긴 하네요.. 유명 블로거가 아니라 체감은 안되지만 세상사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모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듯..
인기인의 비애가 느껴지는군요. 🙂
분명 고민거리입니다만, 무덤덤하게 대처하시고 쓰고 싶은 말들 그대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볼 가치가 있는 글들을 써 오셨기에 많은 사람들이 치니님의 글을 읽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헉. 스모키 마운틴에 휴가왔다가 이 글을 봅니다.
일단 제게 과분한 소개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블로그 복원 작업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일일 뿐더러
끊어진 관계를 잇는 직업의 일환입니다.
모질게 떠나려고 했는데 그 모든 관계들 때문에
결국 다시 올 수밖에 없더군요.
복원이 힘든만큼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짤방 이미지 짱!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