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로 되돌아온 Google 개발자 이야기

한 때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 잘 나가던 SW 회사에 근무하던 개발자들의 구글행 엑소더스가 붐일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구글에서 개발자로서 문화적 충격과 경력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전직 MS 직원인 Sergey Solyanik의 복귀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슬래시닷은 물론 ZDNet 컬럼으로까지…

그의 이야기는 두 가지로 요약 된다. 우선 구글내 정치가 판을 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런건 어느 회사나 있는 거고 주요 핵심은 아래와 같다.

1. 개발자 관점:
구글의 개발 과정은 기술적 관점이 아니라 서비스와 비지니스에 좌우된다. 특히 이들 서비스들은 실속 없이 사람을 끌기 위한 것 뿐이며, 돈을 내고 이용할 만큼 멋지지도 않다. 구글은 빠른 개발 프로세스만 중시해 버그가 담긴 코드를 양산해 무료는 괜찮을지 몰라도 기업 소프트웨어로서는 MS랑 경쟁을 할 수 없다.

2. 경력 관리 관점:
구글의 관리자는 각기 다른 분야에 너무 많은 사람을 관리하기 때문에 바쁘고 자기를 계발할 여유가 없다. 이에 반해 MS는 관리자의 영역이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 동료 평가를 하긴 하지만 너무 많은 위원회 조직이 각자의 의사 결정에 방해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두 가지 관점이 그사람 만의 개인적인 관점이냐 누구나 느끼는 공통적인 것이냐에 초점을 둔다면 결론적으로 개인적인 것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첫번째 문제는 전통적인 S/W 기업에 근무하던 사람이 웹 서비스 회사에 오면 필연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도대체 절차도 없고 뭔가 어설프고 그냥 빨리 만들어 내는 게 ‘선(善)’인것 같아 보이니 웃긴 노릇일 것이다. 아마 국내 대형 SI 업계에 있던 분들이 포털 회사에 오면 다 그렇게 느끼게 된다. 나름대로 큰 N사, D사인데 이렇게 순서와 절차도 없냐고… (요즘 N사는 어떤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로 전통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실속 있는 기능의 완성도’에 치중하는 반면 웹 서비스는 ‘재미와 돈을 동시에 추구하는 유용함’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 과정 보다는 결과의 유용성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이러한 차이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도 온다. 온라인 업데이트가 가능한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S/W를 만들어 CD를 구워 팔던 시절 버그가 나오면 다음 버전에 가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기능에 문제가 있더라도 버그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품질 관리 위주 개발 방식이 중요하다.

하지만, 웹 서비스는 제품이 나오더라도 언제라도 버그가 수정 가능하고 업데이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러한 절차 보다는 좀 더 빠른 기민성에 가치를 두게 된다. (하물며 웹 2.0 시대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레일즈 같은 빠른 개발(Rapid Application Development) 플랫폼이 한몫하고 있지 않던가.)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먹고 살던 사람에게는 광고를 ‘팔아서’ 엉뚱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게 이상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엉뚱한 서비스들이 광고를 파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그의 블로그나 슬래시닷에 댓글을 단 사람들 대부분은 그의 문제 제기에 데헤 구글 보다는 MS가 더 문제라고 대응하고 있다. MS의 실패한 운영체제나 제품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말이다.

두번째 문제는 구글이 아직 스타트업에서 급격한 인력 팽창을 하는 중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온 결과이다. 급격한 성장을 겪는 스타트업은 가급적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구글의 동료 평가나 위원회 조직, 프로젝트 진행 방식 등은 사람들을 수평 조직화 시키는 방식에 기인한다.

사실 말이 좋아 수평 조직이지 이런 상태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능하고 똑똑한데다 열성적인 사람들만 살아남는 조직과 같은 것이다. 즉, 성실한 사람들이 자연 도태되는 구조란 이야기다. 구글에서는 멋진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고 그것을 함께 구현해 나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 하는 문화를 가졌다. 자기가 주어진 일만 하겠다고 생각해서는 여간해서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큰 기업에서 전통적인 경력 관리를 받아 왔던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누구도 날 케어해 주지 않는 상황이 매우 불만스러울 것이다.

구글이 사람이 많이 늘어난 상태에서도 이런 문화를 유지해 낼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지만 앞으로 자기들 문화에 맞는 사람을 걸러내는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주요 IT 기업들의 이직 현황 표 from LouisGray.com>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신생 기업으로 엑소더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정 개척자 정신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회사 잘 나간다니까 IPO할 때 대박이나 먹자고 따라가는 잘 나가는 기업 출신들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국의 벤처붐이 일때도 대기업 출신들의 탈출 러시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기대를 품고 간 사람들의 문제이지 기업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자신이 적응 못하고 되돌아가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도 별로다.

각 기업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고 그 차이는 크다. 어느 기업에도 잘 적응하는 열린 사람이 있는 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직을 하지 않는 이유가 그 직장에 만족하기 보다는 옮길 데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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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23개)

  1. deutsch 댓글:

    소프트웨어 회사와 웹서비스 회사에서 개발자도 그런 괴리를 느끼는군요. 기획자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포탈 출신과 에이전시 출신 사이에 비슷한 괴리를 겪게 되죠.

  2. 미쉘린 댓글:

    재밌는 글이군요.
    개발자 연령대두 그렇구, 대개 2~3년이 주기군요. ㅎㅎ

  3. object 댓글:

    올해 초 MS 개발자랑 이야기할 때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구글로 요즘 사람들 많이 빠져나가죠 물으니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많아요 라고 그러더군요. 그러나 저 분이 구글 인프라스트럭쳐 쪽에 있었으면 좀 더 적응을 잘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구글에 대한 폴리틱에 관한 문제는 구글 다니는 사람에게 들어봐도 너무 경쟁적이어서 힘든 점이 좀 있다고 하네요. 저 분도 저렇게 말하는 것 보면 일반적인 IT 기업보단 정치적인.. 그런 면이 좀 더 복잡한 것 같네요. 저도 주워들은 거라 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4. 어디에나 정치는 있다에 동감 100표 입니다. -_-

  5. 냥냥 댓글:

    수평적조직에 대한 내용이 공감가네요..
    잘나가던 다음이 네이버에 역전당하고 2인자 굳히기에 들어간것도.. 그런문제가 큰 원인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6. 컴사랑 댓글:

    음. 역시.. “프로그래머” 또는 “소프트엔지니어” 라고 하는 이건 한 분야가 아닌 것 같아요.

    – 웹 계열…
    – 패키지 소프트웨어 계열
    – 임베디드 계열…

    너무 많은 부분이 다른 것 같아요.

  7. archmond 댓글:

    어디에난 정치는 있다 저도 동감 100표 추가합니다^^

  8. 호아니이 댓글:

    초딩때 경진대회 우승 경력도 있을 정도로 프로그래밍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정작 대학가니까 웹프로그래밍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근데 웬걸, 어정쩡하게 이것저것 찝쩍대다가 졸업할 때 쯤 되니까 그동안 내가 뭘 했나 싶더라. TOEIC 공부한 거 외엔 남는게 없었다(그나마 TOEIC 점수도 망쳤다.). 취업이 가시밭길일 거라는 건 불보듯 뻔했다.

    어찌어찌해서 억지로 소규모업체에 취업했지만 위에 얘기한 사정으로 열나게 욕쳐먹으며 동네북 신세였다. 근데, 나한텐 한가지 원칙이 있었다.

    아무래도 웹 쪽은 나하고 뭔가 안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취업할 때 부터 웹 관련 일을 하지 않는 분야를 최대한 골랐다. 이 무식한 원칙(?) 하나를 4년간 고집했더니, 꽤 희소성 있어보이는 경력이 쌓이더라.

    지금은 임금 체불되어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던 3년전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나 용됐지. 내 대학 학점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회사 입사에 성공, 한 3년쯤 되니까 행복이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보수도 보수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서 제일 적성에 맞더라는 게 최고더라.

    이 글 보니까 솔직히 공감 간다. 더불어 한가지 더 느낀 게 있는데, 지금은 밝힐 수 없는 거 양해바람.

  9. 테크브리핑 댓글:

    그렇군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10. 나그네 댓글:

    나름대로 큰 N사, D사인데 이렇게 순서와 절차도 없냐고… (요즘 N사는 어떤지 모르겠다.)

    위 글이 저를 삘 받게 만드네요.
    아마도 창의성은 없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일하다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도통 갈피를 못잡고 헤메고서는 순서와 절차도 없냐고 하시는 건 아닌지…

  11. 대다수 업체의 공통점... 댓글: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원 소스의 글 입니다만, 비단 IT뿐만이 아니더라도, 업무 프로세스의 체계가 정립되어있던 기업의 의사처리 시스템 내 경력을 쌓다 국내 유명 포털업체로 이직하고 난 후에 이른바 수평적사고처리를 경험하며 느꼈던 쇼크는 상당했습니다. 무언가 일을 처리한다 라기 보다는 일을 만들고 어떻게든 상품으로 출시하여 선점하려는 등의 속도 중시 경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요..

  12. 버저비터 댓글:

    MS, 구글 모두
    자기들만의 고유한 방식이 있으니까
    뭐가 옳다 그르다 라고 단정하긴 힘들것 같네요.

    개발자, 관리자들의 취향과 가치관 차이에서
    결정될 문제인 듯 싶습니다.

    MS의 분위기가 맞다면 MS로,
    구글의 분위기가 맞다면 구글로…

    그냥 제 생각이었습니다.
    다들 날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길…

  13. 용자 댓글: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출처 밝히고 퍼갈게요~

  14. 지나가다가 댓글:

    제가 만난 미국애들은 ms나 google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느낍니다. google은 이제 더이상 엑소더스의 대상이 될만한 WOW! factor가 없는, 들어가기 힘든 좋은 직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software 개발자라면, 버그가 없는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수 있고, process가 잘 되어있으며, 경력관리할수 있는 곳이 좋은 곳 아닌가 싶습니다. 글쓴이께서 말씀하신 별거 아닌 이유가 개발자한테는 MS로 돌아갈 중요한 이유가 되는거 아닌가요?

    • channy 댓글: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단지 제 글에는 같은 SW 엔지니어라도 회사에 기대 수준이 다를 수 있고 이분의 경우 MS가 원래 부터 다 나은 직장이라는 것이죠. 처음 구글로 이직 하기 전에 그런 정도도 모르고 가서, 다시 험담을 하면서 되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댓글:

      넵. 그런 면을 지적하신 것이라면 당연히 맞는 말씀이시죠~ 🙂

  15. 재밍 댓글:

    와 취업 준비생으로서 너무 감명깊게 읽은 글이었네요. 감사드립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만만찮군요 ^^;

  16. Ajax 댓글:

    어딜가도 정치적인게 있는건가요?
    국내 N사 D사는 모르겠습니다만..
    P사~이 P사도 만만치 않은것 같아요~정치적인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17. kiboki 댓글:

    빠른 개발 프로세스만 중시해 버그가 담긴 코드를 양산해….
    ——————————

    공감 안가는 내용이군요…구글 S/W 사용하면서 버그는 별로 못 본것 같은데…
    어쨋거나 어떻게 보느냐 관점의 차이인것 같군요.

  18. sentimentalist 댓글:

    요즘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야기가 구글러들의 이직소식이다. 얼마전에 발표되어 장안에 화재가 되었다가 지금은 그저 그렇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검색엔진 Cuil (2008/07/28 – [IT’s Fun] – 전직 구글러의 새로운 검색엔진, Cuil) 역시 구글러들이 회사를 나와서 만든 검색엔진이다. TechCrunch 에 새롭게 올라온 뉴스에 따르면 그동안 거물급 인사의 이동이 없었던 Friendster 로 구글의 South East 지역 디렉터를..

  19. Magicboy 댓글:

    입사하고 몇년 지내보니. . . 능력치 변화가….
    프로그래밍 스킬 -20%
    정치 스킬 +500%
    눈치 스킬 +100%
    프리젠테이션스킬 +50%

    정도 되는듯 하더군요.. 역시 정치란. . .-0-;;;

  20. J 댓글:

    정치가 나쁜게 아니라 정치가 사람사이의 관계 즉, 인간이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요! 하지만 기본이고, 나머진 기계와 더 친숙해 골치 아픈 인간관계를 잊고 싶어하는 … … 그런 글들이 많아 보이긴 하는데,

    갑자기 그렇다면, 정말 인간관계를 마지노선만 관리하고 나머진 기술에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 유무가 궁금해진다는… …

    사족으로 혼자서 개발할 수 없는 현실과 함께 개발할 사람들과의 대화나 이야기도 ‘정치’라고 생각해버리는 ‘편나누기 생각’ 같은게 존재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제와 영 다른 이야길 해버리는군요. 지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