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서비스가 성공 못하는 이유

최근들어 해외 ‘유명 성공 웹 서비스’의 국내 러시가 한창이다. 국내에도 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있고 이들 중 IT 분야에 진출한 업체가 꽤 많다. 많은 외국계 IT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철수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IT 업계 뿐만 아니어서 흔히 말해 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고 까지 한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온라인 음악 비지니스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업의 성격상 음반사들과 많은 교류를 했었고, 같은 층에 EMI라는 외국계 직배 회사가 있었다. 물론 소니뮤직, 워너뮤직, BMG 등 다르 직배사들과도 제휴도 하고 안면을 트고 지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것이 몇 년 동안 각 직배사의 한국 지사장 교체 상황을 보면 거의 같은 업계 내에서 움직이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소니에 있던 사장이 EMI로 가고 BMG에 있던 사장이 워너로 가는 것이다.

본사의 입장에서 보면 글로벌 본지사의 관계에 대한 경험이 있고 그쪽 시장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이들은 영어도 잘하고 글로벌과 로컬 감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본사가 원하는 것을 잘 맞추어 주는 인재들이다. 이런 현상은 외국계 음반 직배사에 한정 되지 않고 IT 업계에도 똑같이 통용된다. 즉, 인텔에 있던 분이 MS로 가고, IBM에 있던 사람이 썬으로 움직인다. 특히 임원급 이상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외국계 기업이 ‘지역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러한 순환되는 관리형(?) 임원들에 의한 것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들 기업에 취업하는 많은 사람들이 국내 현지 인력들이고 이들은 국내 다른 경쟁사와 똑같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능력들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난관이 있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투자 판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안전 장치가 만들어진다.

소위 외국에서 MBA를 하시고 국내에 어느 정도 인맥을 가지신 전문 경영인이라 불리는 분들이 글로벌 기업의 이러한 시스템에 따라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미리 차단하기도 해서 쉽게 구현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업이 지지부진해 최악의 경우 철수를 하더라도 쉽게 같은 분야의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가기가 쉽다.

이들 ‘전문 경영인’들 뿐 아니라 한국에 진출하는 리스크 없이 성공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안일한 투자 및 의사 결정에도 물론 문제는 있다. 야후! 저팬이나 알리바바가 성공한 이면에는 지역 대형 사업자와의 지분 제휴를 통한 과감한 투자를 했던 점이 컸고 이러한 투자에 의해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의 아이디어 실현이 힘입은바 크다. 국내 진출이랍시고 밑바닥 부터 흩을려는 각오가 아니라 관망 자세로 적극적 투자를 게을리 하는 본사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외국계 기업으로만 전직을 하는 커리어 패스를 따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인력의 정체와 순환은 결국 로컬 사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 국내에서도 과거 야후!코리아나 라이코스 코리아의 경우를 비추어 보더라도 초기의 과감한 투자와 아이디어가 갈수록 빛이 바랬었고, 옥션의 경우도 이베이 인수 이후 지마켓에 따라잡히는 상황이 연출 되기도 했다.

만약 구글코리아가 네이버의 현직 서비스 담당 임원을 영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문제이다.

여러분의 생각

  1. 좋은 말씀입니다.

  2. 이미 외국계 기업을 한국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실패한 사람을 다시 고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ㅡ.ㅡ;; 왠지 이해 안되는 一人.

  3. 솔직히 실패의 원인이 그 사람에게만 있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처음에야 열심히 하실 거고 본지사간 갈등 요소도 많고… 그런 동안 흔히 타협과 마모의 과정을 거치게 되죠. 문제는 새로 진출하는 기업이 job search를 할 때 결국 기존 외국계 기업에 있던 분들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 데 있겠지요.

  4. 이건 뭐 미투데이였으면 미투라도 누르고 싶은 글이네요 ㅎㅎ

  5. 동감합니다.
    실제로 안에서 생활하다보면 말씀하시는 부분의 심각도가 훨씬 높습니다.

  6. 한사람에게 이유가 있는건 아니겠지만 결국 사람이 이유인건 지당하신 말씀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7. 음…개인적으론 flickr 이나 del.li.ous 같은 쇼셜네트워킹 사이트들은 성공하길 바랬습니다만..ㅋㅋㅋ
    결국 사람이 이유라고 말씀하신 부분에서는 공감이 많이 가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8. 저하고 같은 의견 같습니다
    외국계는 영어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결국엔 창의성과 국내 현지사정 및 유저들을 이해하는 관리자가 필요한 것이죠. 외국계 기업 CEO 들 스펙 뭐…거의 비슷하지 않습니까? 판에박은 붕어빵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외국어 실력이나 안전빵이 아닌 창의력과 유저를 이해하는 기획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씩은 외국계 기업을 보면서 “참…삽질들 많이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9. 미국은 투박하지만 IT 업계를 이끌어가는 창의력이 무궁무진한 거 같아요.
    대신 한국은 창의적이기 보단 이미 만들어진 기본적인 틀에서 아기자기하게 덧붙이는 걸 잘하는거 같고요.
    그렇게 갈고 닦여진 한국의 서비스와 투박한 미국의 서비스가 경쟁한다면 유저들이 당연히 한국의 서비스에 손을 들어줄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미국 사이트 한국판을 보면 글자꼴도 엉성하고, 디자인도 구리고… 맘에 안들어요 ㅋ

  10. 옥션에서 근무해본 사람으로 지마켓에 따라잡히게 된 요인중에 하나는 서비스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는 것이죠. 지마켓과 같은 벤쳐의 경우, 옥션은 더이상 벤쳐가 아니죠,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너무 쉬웠지만, 옥션의 경우에는 이베이라는 모기업과 너무 많은 결정권자들 덕분에 뭔가 하나 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물론 뒤늦게 지마켓에서 서비스하는 것들을 따라하기 식으로 런칭하는 형상이 발생하게 된것이지요…
    소위 말하는 프로세스… 이건 정말 좋을때보다 나쁠때가 많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옥션은 정말 좋은 프로세스가 정립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프로세스를 어떻게 유지하는냐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 이게 문제겠죠.
    지마켓의 경우는 어떤지 잘 모르기때문에 뭐라 말씀을 못드리겠네요.
    프로세스 정말 시간 오래걸립니다.
    정립뿐아니라 실행까지…

  11. 정확한 지적이네요.

    디테일을 덧붙이자면, 글로벌 회사들은 영어로 원할한 상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현지인 지사장과 임원을 원할 뿐 인거죠. 그래봐야 1시간 이상 영어회의해야 하는 상황은 분기에 1번에 불과하고 그 외엔 대부분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뿐인데 말이죠 ㅋ

    창의력, 추진력, 기획력, 영업력은 현지 임원을 선정하는데 있어 2차적인 부분으로서 후순위로 밀리는거구요.

  12. 저도 외국계 기업 전산실에서 일하는데요.
    제 생각과 많이 비슷한거 같습니다.
    지금 일하는곳에 있기전엔 외국계 기업에 대한 환상만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외국인 임원들은 한국어를 못하니 국내 고객의 니즈를 직접 파악하는게 전혀 불가능합니다.
    회사 업무상 뭔가 큰일이 터져도 (뉴스에 나오고 난리가 나도)외국인 임원들은 사태 파악도 전혀 못하고 일이 끝난뒤 영어로 간단하게 보고나 하는 정도입니다.

    옆에서 보면 이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죽쑤는구나 하고 느꼈는데 블로그에 저랑 비슷한 생각하시는분이 있어서 글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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