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구글은 야심차게 이메일을 대체할만한 협업 도구로 구글 웨이브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지만 실제로 베타 테스트가 돌입된 건 최근의 일이다. 몇 달 전 부터 전문 사용자를 위주로 초대장을 배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기 지메일의 입소문 마케팅 방식과 유사해서, 요즘 구글 웨이브를 사용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 초대장 구걸(?)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지메일과 웨이브 사용해 본 반응은 판이하다. 지메일의 경우 이미 아웃룩이나 다른 웹메일 서비스가 있어 용량이나 사용성에 대한 비교 우위에 있다지만 웨이브를 처음 사용해 본 대부분의 사람이 "어렵다", "어떻게 쓰야할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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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어렵다
아직 대부분 혼자이다 보니 함께 쓸 사용자가 적어서 협업 할 만한  경우가 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데 실제로 Contacts에 백 여명 이상 등록된 나 같은 경우도 실제 좋은 웨이브 활용 사례를 발견하기 어렵다.

일단 해외 사용자 중 일부가 나를 추가(ping)해 놓은 웨이브의 경우, 이게 이메일의 기능인지 게시판(포럼)의 기능인지 아니면 위키인지도 헷갈린다.

실제로 웨이브를 만들 때 어떤 것도 쓸 수 있도록 기능상 제약이 없도록 만들어진 것 같은데, 이런 제품은 킬러앱이 될 수 없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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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 협업 도구라면 위키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이라면 메신저나 지메일은?

내 경험에 따르면 Microsoft의 Sharepoint의 초기 모습과 비슷한 듯. 소규모 회사의 인트라넷을 자유롭게 만들어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서 (지금은 좀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만들어 낸 각 기능마다 투박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어렵고 혼란스러웠다.

제품의 목적으로 보면, 제로보드의 후신인 XE(Xpress Engine)의 경우도, CMS로서 게시판, 블로그, 마이크로 블로그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게하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블로그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기존 블로깅툴을 대체하기 어렵다. (이는 Drupal도 마찬 가지다.)

결국 남아 있는 가능성은 구글 웨이브가 플랫폼으로 바뀌고 많은 서드 파티가 킬러앱을 만들어 주는 것 뿐이다. 그러기엔 개발 속도가 좀 느려 아쉽다.

이메일이 대체될 것인가
구글 웨이브를 처음 만든 Lars Rasmussen는 발표장에서 웨이브가 지금 '이메일같은 것을 만든다면 웨이브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창업자인 에반 윌리암스도 '아마 트위터를 안 만들었으면 웨이브 같은 것을 만들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구글 웨이브는 댓글, 쓰레드, 실시간 메시징, 멀티 미디어 이용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 계정도 id@googlewave.com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웨이브를 써 본 사람들은 이메일 대체라기 보다는 오히려 협업 도구로 보고 있다. 만약 이메일의 대체라면 지메일이 바로 경쟁 상대가 된다. 자기 모순이다.

이메일은 초기 인터넷의 킬러앱 경쟁에서 웹과 실시간 메시징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았다. 가장 큰 이유로 이메일은 개인 데이터기 때문에 '분산'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집중은 인터넷의 본질 아니다.

리얼타임 크런치업에 참여했던 지메일 개발자인 Paul Buchheit(프렌즈 피드 창업자)는 "이메일은 죽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인류가 로봇에게 전멸 될 때까지는..."이라고 말하기도.


연이은 패널 토의에서도 트위터나 웨이브 때문에 이메일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다수 동의했다. 패널 중 Rob Goldman은 Wave에 신규 메시지 통지 기능이 없어 혼란 스럽고 꾸준히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고 말했다.

유즈넷의 전철 밝지 않기를
사실상 웨이브의 경우, 원치 않는 ping이 많은 편이다. 내가 꼭 봐야하고 관심을 기울어야 할 웨이브는 고작 몇 개 안된다. 의도 하지 않은 메시지 강요가 일어나는데 이미 수십명이 달라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웨이브 오버로드다.

초기 인터넷에서 토론의 장으로 널리 이용되던 유즈넷(Usenet)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NNTP라는 프로토콜과 전 세계에 흩어진 뉴스서버 그리고 뉴스 그룹이라는 세분화된 디렉토리 그리고 수많은 토론들이 오고 가던 곳이다.

90년대말 han.sci.* 뉴스 그룹 만드는데 관여도 했고, 유명한 talk.origins에서 토론을 하기도 했었지만, 뉴스그룹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에는 대규모 스팸 메시지 처리 실패가 있다. 자기가 관심 있는 뉴스 그룹이 스팸 메시지화 되는 것. 그것이 떠나는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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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즈넷의 실패에는 구글의 간접 원인도 있다. 바로  유즈넷이 꽃피울 시기에 웹 기반 뉴스 그룹 서비스인 데자뉴스를 인수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까닭이다.

사실상 데자뉴스가 구글 그룹으로 통합되고 나서는 뉴스 그룹의 운영 원칙이 개판이 되었다. 물론 구글 그룹이 과거 뉴스 그룹의 소중한 데이터를 검색 가능하게 한 것은 고마운 일이나, 이메일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던 멋진 인터넷 토론 광장이 넷상에서 거의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메일을 대체 하겠다고 혹은 위키나 다른 협업 도구를 대체하겠다는 구글 웨이브가 걱정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다. 너무 강하게 밀어 붙이지 말고 잘 안되면 손털어 주면 정말 좋겠다.

p.s. 그래도 백문이불어일견인데 안 써보고 너무 가혹한 말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니 선착순으로 8분에게 구글 웨이브 초대장을 보내 드리겠다. (비밀 댓글로 지메일 아이디를 적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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