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유튜브’에 뭘 원하셨세요?

도대체 ‘구글’에게 뭘 원하셨나요?와 일맥 상통한 말이다. 지난 1월 23일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의 한국어판 공개 행사가 있었다. 별도로 마련된 발표회장에 수 많은 기자들이 참석했고, ‘유튜브 한국 진출’이라는 제하에 기사와 관련 글도 쏟아졌다. 하지만 기자들 대부분의 반응은 한국 진출에는 의미가 있으나 단순 번역 사이트를 오픈한 것이고, 9개사와 컨텐츠 제휴도 대형 동영상 업체가 빠진 채 특별한 관계가 없어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었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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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묻고 싶다. 유튜브가 정말 한국 진출을 했는가? 유튜브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 별도 서버를 제공하여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오픈하고, 국내 공중파를 중심으로 대형 방송 컨텐츠 업체와 영업 제휴를 맺으면서 국내 저작권 및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발표들 아니 이중 하나만이라도 했다면 국내 진출을 했다 할 것이다. (기자들은 내심 이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목적은 글로벌 플랫폼에 편입시키는 것!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국 구글 신드롬의 재탕일 뿐이었다. 작년에 구글이 국내에 ‘R&D센터'(엔지니어링 센터)를 열 때도 그랬고, 에릭 슈미츠 회장이 SBS 디지털 포럼에 참여해 ‘구글 한국 페이지’를 별도로 열었을 때도 그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기자들은 먹을 것 없었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지만 원래 그런 건 없었는지 몰랐다면 참 어이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구글에게 지역화 전략이란건 없다. 지역화란 예전에 포털 시대에 야후!, MSN, 라이코스 같은 업체들이나 하던 것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 지사들은 ‘지역 영업소’에 불과하지 지역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없다. 인터넷이 일상화 되고 글로벌 네트웍이 확장된 현재에 지역화 플랫폼을 가져 가는 것은 비용의 추가이고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비지니스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지금까지 구글의 M&A 목록에서 지역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다.)

구글 코리아 유한 회사는 국내 광고주를 영입 관리하기 위한 지역 사무소일 뿐이고, 구글 검색 사이트의 국내 점유율에 변화가 없는 한 끝까지 그럴 것이다. 구글이 점유율이 상당해진 대만이나 일본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시장의 크기와 점유율 그리고 투자의 상관 관계를 볼때 한국에서 가능성은 극히 적다.

구글이나 유튜브도 똑같다. 그럼 유튜브가 한국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만 보더라도 언어적인 장벽이 필요 없이 외국인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컨텐츠나 국내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만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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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한국판이 원하는 것도 한마디로 ‘글로벌에 통할 수 있는 국내 컨텐츠’다. 세계에서 팔릴 만한 것을 발굴에 자신의 영업망에서 팔아 주겠다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만 사고 파는 폐쇄적인 지역화 플랫폼은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구글이나 유튜브에 있어서 한국 진출이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다.

실험 결과를 글로벌로 확대해야
글로벌 IT 시장에서 볼 때 한국은 ‘시장(Market)’이 아니라 ‘실험실(Laboratory)’이다. 4천만이 모여서 초고속 인터넷 안에서 모두 연결(Wired)되어 살아가는 데모존(Demo Zone)인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관심 가지는 수준도 딱 그 정도이다.

문제는 우리가 여기서 연구(?)한 결과를 세계 시장에 먹힐 수 있도록 할 수 있느냐 하는 역량의 문제이다. (일찌기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은 내수 혁신를 통해 해외 IT 시장을 개척한 전력이 있고 최근까지의 한국 경제는 그에 힘입은 바 크다.) 여전히 한국 IT 실험실에서 나오는 IPTV같은 통방 융합 서비스, 홈네트웍, 분산 컴퓨팅 들은 세계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국 3대 웹 서비스 업체인 NHN, Daum, SK커뮤니케이션도 현재 일본과 미국, 중국에서 똑같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쉽게 장담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지역화 성공 결과를 글로벌로 확대하는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처음 부터 세계화를 생각하고 국내에서 브로드 밴드나 컴퓨팅 파워 등 변화로 야기된 삶의 혁신을 서비스로 녹여내 글로벌 플랫폼에서 도전하는 방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컨셉은 비슷하더라도 한국인에게만 특화된 서비스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올해 4월에 열리는 Web 2.0 Expo에 NC소프트의 오픈 마루는 플래티넘 스폰서쉽을 강행했다. 그들이 만드는 서비스가 아직 세계 사장에서 많이 부족함에도 공격적인 행보가 놀랍다. NHN의 일본 진출, Daum의 라이코스, 아시아 시장에서 싸이월드, 태터툴즈를 만든 TNC의 일본 진출, 올블로그의 중국 진출  등 모든 것이 우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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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 있는 사람들이나 주위의 외국인들은 왜 한국이 각개 전투씩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각자의 강점을 융합해 글로벌에 먹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각 지역에 진출하는 공동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NHN, Daum, SK컴즈 등이 합작으로 세계 진출을 위한 회사를 만들고 각 지역별 노하우를 모아서 강점이 있는 서비스를 글로벌화 하는 노력이 왜 안되는 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유튜브에 원하는 것은 우리 입맛에 맞는 지역화인가? 아니면 글로벌 플랫폼에서 함께 경쟁할 수 있는 강점을 배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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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18개)

  1. Early Adopter 댓글:

    저도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죠.
    그래도 이제 계속 변화할거라니 앞이 기대가됩니다..

  2. Mr. Dust 댓글:

    “유튜브 한국판이 원하는 것도 한마디로 ‘글로벌에 통할 수 있는 국내 컨텐츠’다.”
    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유튜브를 자주 이용하진 않지만, 이러한 전략이 먹혀, 한국에서도 정말 글로벌한 컨텐츠들이 나오게 되길 바랍니다. ^^

  3. 뮤프리 댓글:

    유튜브…..
    아직은 한국어 페이지를 만든것에 불과합니다.
    아직 유튜브의 한국 진출의 성공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봅니다.
    조금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듯 싶네요.

  4. 아도니스 댓글:

    1. 마켓이 아닌 래버토리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서글픕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 통일을 해서 내수시장을 1억근접하게 만드는 것 밖에는.. 휴~ 그런데 그 빵빵한 독일도 통일 후 모진 고생을 했는데, 우리는 어떨지요.

    2. 구글은 현지화하지 않죠. 구글화할 뿐이죠. (우리 나라와 중국을 제외하고)

  5. 리넨 댓글:

    전 어느날 유투브 갔더니 “어, 이제 한글이 지원되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다른쪽에서는 큰 이벤트 였군요.

  6. 슬립 댓글: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특히 한국을 하나의 커다란 실험실로 설명한 부분이 참신하고 정곡을 찌르네요.

  7. 한글 댓글:

    유트브 한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 합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구글이용에 참여 하겠죠.

    웹표준.. 이제 국내에서도 웹표준이 지켜졌으면 하네요. 다음이나 네이버는 이제 할만한데.. 아직까지 힘들죠 ㅎㅎ 다음에서도 파일 받을때 못받는것도 상당하다는 ㅎㅎ

  8. 딸기조아 댓글:

    Web 2.0 Expo에 내놓으면, 합작해서 공동으로 노력하면 성공할까요?

  9. 나인테일 댓글:

    글로벌 기업은 투자를 해서 점유율이 오르는게 아니라 점유율이 올라가야 투자가 늘어나는군요. 문만 열어놓고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게 글로벌 기업의 방법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10. jong10 댓글:

    정말이지, 데모존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계륵(鷄肋)으로 느껴지겠죠.

  11. 16. garbage 댓글:

    본 글은 전자신문 인터넷에 기고한 칼럼 원고의 일부입니다. 전문을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보기: 바로가기 버즈 뉴스에서 보기: 바로가기 다음 뉴스에서 보기: 바로가기 최근 구글에서 인수 해 운영 중인 미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가 한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동영상 서비스를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IT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는 필자에게 국내 인터넷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많은 문의가 있었는데, 결론부..

  12. 마피아 댓글:

    구글이 일반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케이스긴 하지만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지요. 그리고 대개의 경우 R&D센터는 현지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R&D센터 같은 경우 뛰어난 IT인력과 인프라로 세웠고 이번에 대만에 R&D센터를 설립하는데 대만의 뛰어난 전자제품 및 IC설계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센터가 설립취지지요.
    또 구글코리아 인터페이스도 현지화의 일환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우리나라 유저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별도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게끔 바꾼 것이 현지화가 아니면 무엇일지요;;

  13. Noel 댓글:

    일반적으로 깨기 어렵다는 아시아 시장을 깨려는 구글의 큰 행보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1. 일단, 유튜브를 이용하면서도 영문때문에 불편해 했던 사람들의 이용자 수가 증가할 것입니다.
    2. 제휴 사업자의 컨텐츠를 이용함으로써 서핑 등에 의한 단순 방문이 아닌 고정 사용자를 이끌어 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윤석찬님께서 써주신 글대로 구글은 구글이 하던 서비스에 한국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물론 목적은 UV를 늘리는 것이겠지요) 만든다는 개념의 YouTube Korea Launch이지 한국을 위한 새로운 유튜브의 제작을 바라는 것은 약간 엄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14. 학주니 댓글:

    시장이 아닌 실험실이라는 말에 공감은 하면서도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확실히 구글은 지역화를 하지 않죠. 그 지역을 구글화할려고 노력하는게 구글의 전략이고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라 봅니다.

  15. 유튜브 한국어 서비스의 저작권 위반 신고 절차(http://itviewpoint.com/tt/index.php?pl=3790)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내용이 결국 기사화 됐습니다. 아무래도 기사 아이템으로서는 손색이 없기 때문에 어떤 데스크라도 강추할 만한 것이겠죠.

    사실 저는 유튜브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도, 사용자 참여가 많아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유튜브가 비판을 받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유튜브 한국어 서비..

  16. 김윤수 댓글:

    인터뷰 내용을 대충 훑어 봤더니 차니님이 말씀하신대로 국내 사용자들에게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보다는 한국의 컨텐트를 더 많이 올리도록 해서 전세계에 유통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

    국내 업체들도 서비스를 처음 생각할 때부터 세계화를 생각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

  17. 좀더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거대 자본이니만큼 한방에 끝날 것 같지는 않구요.
    앞으로 꾸준히 지켜봐야지요.. ^^

  18. GOODgle.kr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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