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WC 학회를 마치고 홍콩으로 날라왔다. 홍콩과학기술대(HKUST) 컴퓨터 공학과에서 방문 학생으로 겨울 방학을 보내기 위해서다.
이 학교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해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4위를 했다. (KAIST 7위, 서울대 8위). ‘아시아의 MIT’라고 불리면서 우수한 교수와 질 높은 본토 학생의 대거 유입과 집중 투자로 연구 중심대학으로 거듭났다.
친절하고 세심한 직원 배려
홍콩으로 오기 전에 학생 비자를 받기위한 지리한 과정이 있었다. 서류를 보내고 받고를 몇 차례 했는데, 교환 학생과 똑같은 절차였다. 고작 한달인데 왜 이렇게 복잡한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를 도와준 교직원의 친절도는 상상이상이었다. 메일을 보내면 바로 바로 답을 주는가 하면 빠진 서류는 몇 번이고 알려 주었다. 실제로 홍콩 현지에 가서 VISA를 받을 때 보니까 정말 친절하였다. 우리 나라 대학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특히, 학생 등록을 할 때도 옆에서 문서 작성 요령을 친절히 알려 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 학생증을 만들어 주었다. 컴퓨터 계정도 그날 바로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올해 내가 서울대 박사과정 입학하고, 학생증 받는데 2개월이 걸린 걸 생각하면 ㅎㅎ
프로젝트 No! 연구 중심인 학교
대학 캠퍼스는 Clear Water Bay를 바라보며 산사면에 지어져 있다. 거의 모든 활동을 Academic Building이라는 한 건물에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학과, 연구실, 식당, 도서관, 실내 운동시설, 매점 등등이 14층 짜리 건물에 있다. 주변에 대학원 기숙사, 기타 운동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킬크님의 홍콩과기대 캠퍼스 소개글 참고.)
우선 교수 연구실과 대학원생 연구실이 분리되어 있고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학생이 교수를 만나기 쉽지 않다. 매주 그룹 미팅이나 페이퍼 리딩 그리고 연구 진척을 위한 미팅때나 한번씩 만난다. 교수님 방 근처 랩에서 프로젝트와 논문 때문에 자주 만나야 하는 우리 학교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이 학교 대학원생들은 학교 자체 재원으로 100% 장학금과 함께 월급 그리고 기숙사 (혹은 주택 지원비)가 제공된다. 따라서, 각 연구실 별로 외부 프로젝트 같은 건 거의 없고, 정말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교수와 학생은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도 있다.
즉, 한국의 공대랩 대부분이 대학원생 인건비를 거의 프로젝트에 의존하기 때문인 탓에 우리 나라에서 보는 왕성한(?) 연구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KAIST나 포스텍 같은 연구 중심 대학들은 오히려 홍콩과기대를 다시 벤치마킹 해야 할듯…
편리한 컴퓨팅 환경
학생 카드를 받고 온라인으로 학생 계정을 만들고 나서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학교 내 모든 컴퓨터들은 (Windows Active Directory) 학생 계정으로 로그인이 가능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설치 되어 있었고 자신의 작업 파일이 저장되어 있다.
학교 내 PC는 윈도우를 주로 쓰지만, 우리 나라 학사 행정 시스템 처럼 ActiveX 플러그인을 요구하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모든 학사관리 서비스가 PC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파이어폭스나 크롬에서도 가능했다.
대부분의 외국 회사나 학교 처럼 PC에는 일반 사용자 권한만 있기 때문에 외부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한국의 웹 사이트 그것도 ActiveX를 설치해야 하는 사이트는 윈도에서도 아예 들어갈 수 없다. (크로스 브라우징과 PC 보안이 확실히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MS Office, 오픈 오피스 부터 해서 많은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유지 보수 되고 있어 어려움이 거의 없었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HK$120의 인쇄비를 지원해 준다. 전산실 주변의 프린터기에서 장당 0.3$의 가격으로 인쇄(컬러는 1$)를 할 수 있고, 인쇄하면 자동으로 결제된다.
학생 계정으로 학교 내 무선랜을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내 거의 모든 곳에서 University via PCCW라는 계정에 접근해서 무료로 인터넷 이용이 가능했다.
영어도 되지만 중국어가 대세
마침 내가 도착한 시기가 기말 고사 기간이어서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학부생 시험 감독을 들어가기도 했는데, 너무 철저해서 마치 고등학교 입시장을 방불케 했다. 학부 학생들이 앳되고 착하고 순수해 보였다.
군대를 안가서 그렇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학부생 95%가 홍콩 출신이고, 입시에서 상위권 출신이라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들이라 그런듯…
SE 연구 그룹 페이퍼 리딩에서 들어가 보면, 학생들과 교수들이 격이 없이 논문에 대해 토의하는 것도 보기 좋았다. 대학원에 중국 학생들이 많은 탓인지 약간 Shy한 면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영어로 하는 모든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학교내에서 공식적으로는 영어를 쓰지만, 식당이나 사석에서 대부분 중국어를 쓰고 있었다. 다만, 식당 아줌마도 영어로 주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시내에 나서면 지금의 홍콩에서 택시나 식당에서 영어로 주문하기는 좀 어려웠다. 7년 전에 와본 홍콩이랑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중국으로 급격히 편입되는 홍콩의 현재를 보는 듯…)
아마 나로서는 첫 외국 대학의 경험이다 보니 새로운 것이 많았다. 특히, 아시아의 허브인 홍콩 그것도 연구 중심대학이다 보니 노벨상 수상자 강연, 유명인들의 강연 등이 속속 학교 메일로 도착한다. 그 중에 1월 7일에 NYT의 유명 컬럼니스트인 탐 프리드만이 와서 강연을 하는데 한번 가 볼 생각…
생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해외에서 보내고 있다. 좋은 학교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해 설계를 하면서.
p.s. 혹시 소스 레포지터리 마이닝, 버그 검출, 소프트웨어 테스트에 대한 연구 주제가 있거나 이러한 연구 결과를 회사에 직접 적용해 보고 싶은 분은 HKUST의 김성훈 교수와 연락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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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나라 회사든 학교든 인트라넷에 왜 activex를 깔아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증만 잘 되면 되는데 LDAP으로 암호 인증하면 되는데 말이죠. 은행을 떠나서 사내, 교내 사이트 때문에도 다른 웹 브라우저 쓰기 힘듭니다. 쩝…
역시 IT환경은 부럽군요. KAIST조차도…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가장 어려운 일로 학사포탈과 ERP 시스템 사용하는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을 정도니 말 다했습니다. ㅠ_ㅠ
홍콩과기대에 대한 글을 어디선가 보고 예전에 웹사이트 돌아다니면서 구경해봤는데 거기도 환경을 참 잘 갖춰놓은 것 같더라구요.
블로그 와서 볼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커지네요. 그나저나 가족은 어떻게 하시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