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도 참여하고 있기도 하고 다양한 외국 사이트를 방문하고 글을 읽고 하기 때문에 평소에 영어를 많이 접하고 산다.
하지만 일년에 한 두번 해외 출장을 가거나 지인이 방한해서 접대(?)라도 할라치면 말하기와 듣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평소에도 영어 정보량이 엄청난데 회화 수업이나 그런데 시간을 따로 쓰는 것도 참 만만치 않다.)
가끔 해외 출장을 가면 아래와 같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 첫날: 입국 심사 시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느냐?”라는 질문에 회사 이름을 이야기 해 버린다. Pardon을 두 번 정도 해야 간신히 대답.
- 둘째날: 잠이 안와서 아무 생각 안하고. 밤새 TV를 틀어 놓고 Fox나 웨더 채널만 귀를 열고 멍청하게 보고 있다.
- 세째날: 컨퍼런스 아침식사에 만난 외국인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다. 그러고는 나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는 신나게 자기네들끼리.
- 네째날: 컨퍼런스 PT 강의는 대략 60%, 패널 토크는 30% 정도 밖에 이해 못한다.
- 다섯째날: Fox의 American Idol이나 Don’t forget Lyrics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키득 거린다.
- 여섯째날: 강의자에게 짧은 기술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변에 연이어 질문 할 수 있다.
- 일곱째날: 아시아, 웹 표준, Firefox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어느 정도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한다.
- 그리고는 이제 귀국 비행기를 탄다.
첫 하루 이틀은 아무 생각없이 귀를 열어 놓고 감히 말할 엄두는 못 낸다. 그러다 컨퍼런스가 시작되어 며칠이 지나면 안면 튼 친구들과는 간단한 인사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용기가 나서 이것 저것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거 뭐 영어가 조금 들리고 될만 하니까 다시 한국 오는 것이다.
언어라는 게 옷과 같아서 처음 입을 때는 부자연스럽다가 좀 지나면 익숙해지는 것 같다. 한 두주 말고 한 두달이나 반년 정도 살면 어떻게든 정착할 수 있지 않을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음식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영어를 하는 이유가 두 가지가 있는데, 특정 영어 시험 성적이 고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거나 영어를 해야 가능한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이다. 미래를 위해 안할 수도 없지만 기회가 얼마나 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어! 우리 아이들한테도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계륵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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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가서 사는 것 밖엔 도리가 없군요…ㅋ
차니님도!!! 라는 생각에 반가웠으나.. 네째날부터 좌절이군요. ;;;
영어가 계륵같은 존재라는 말이 정말 와 닿네요.
Mr. Dust님의 생각에 미투 한방 쏴봅니다;;;;
오픈소스 활동에서도 언어장벽이 큰 것 같습니다. 😉
석찬님도 영어의 어려움을 느낄지 몰랐네요.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 해 본적이 없는 미국인들과 이야기 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운 거 같습니다. ^^
술한잔하면 더 잘들리고, 말도 술술 나온답니다~ ㅎㅎㅎ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비슷할것 같아요. 하핫.
영어는 자신감만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못해도 다 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업무관계 영어가 아니라 그냥 회화라면요. ^^ 그러면 곧 잘 알아 듣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리스닝보다 스피킹이 잘되서 내가 이해한대로 다시 말해주고 내용을 확인하는 식으로 했더니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 영어와 많은 접촉이 있으시다니, 5년만 지나면 ‘그땐 그랬지’ 그러시겠어요! 화이팅입니다.
음식 얘기에서 크게 한 번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