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맞춤법 검사기를 개발해 오신 부산대 권혁철 교수님이 카카오가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 서비스 및 오픈 API에 대한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셨는데, 이에 대해 카카오가 오픈 API를 중지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국내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서비스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우려할만한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논란이 된 권혁철교수님의 글과 이에 대한 카카오의 답변을 읽어보시죠.
SW 베끼기 문제 제기 방식에 대한 유감
누구라도 본인의 소프트웨어(SW) 저작권 및 특허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면, 이는 증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인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장기간 SW 연구 개발을 해오신 권 교수님께서 이를 모르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 개인적인 의견과 감정의 소회를 페이스북에 올리셨지만, 이를 인터넷 언론인 ‘ㅍㅍㅅㅅ’에 게재하는 것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공적인 발언이 됩니다.
많은 블로거가 인터넷 매체사로 부터 중복 게재 요청을 할 때, 내 글을 알려주는 게 고맙다는 생각에 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유의해야 합니다. 만약 카카오의 답변글 처럼 역공학이나 참고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언론을 통한 명예 훼손이 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토론의 대상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끌어오는 것은 좋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증거 없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사양합니다.
한국어 자연어 처리 기술 현실에 대한 유감
영어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맞춤법 검사기는 매우 많은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 플러그인, 상용 소프트웨어 및 API 서비스가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는 권혁철 교수님이 만드신 것 외에 쓸만한 게 없었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공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고, 오랜 기간 연구 및 서비스로 만들어 제공하신 것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체적인 개발 방식으로 맞춤법 검사기를 만들었다면, 이에 대해 비난할게 아니라 연구자로서 오히려 기뻐하고 장려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카카오의 맞춤법 검사 API 공개가 향후 한글 자연어 처리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권 교수님도 자신의 기술을 사업화 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로 인지 되는 대기업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이 상한 부분이 있으시더라도, 큰 틀에서 동의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회사의 담당 개발자들도 권 교수님의 제자들이거나 아니면 자연어 처리 연구를 했던 사람들입니다.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컴퓨터나 온라인을 통해 좀 더 쉽게 검색, 사전, 맞춤법, 번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자 개발 결과물의 방식이 정당했다면, 기술 경쟁은 오히려 장려 돼야 할 사안이지 비난의 대상이 되면 안됩니다.
오픈 API에 대한 인식에 대한 유감
대형 IT 기업의 오픈 API 방식의 기술 공개가 중소 업체를 죽인다는 인식 역시 걱정스럽습니다. 카카오가 맞춤법 API를 오픈했다고 해서, 권 교수님의 개인 사업체인 나라인포테크가 영향을 받을 일은 전혀 없습니다. 대부분 API 서비스 업체의 약관에 따르면, 오픈 API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API 약관의 경우, 오픈 API 재판매, (부분) 유료화, API 호출 제한을 넘는 경우의 이용이 금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오픈 API 공개 이전과 이후의 경쟁 환경은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오픈 API는 맞춤법 검사 기능에 대한 개발자 접근성을 높여주고,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질 뿐만 아니라 그동안 과금 대상이 되기 힘들었던 개인까지도 서드 파티 플러그인 개발자를 통해 사업의 대상에 넣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인터넷 업계에서는 웹 기반 데이터 API 방식을 통한 서비스 및 사업화, 유료화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막상 이 분야의 대가이신 권 교수님이 이미 제공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카카오의 API 정책은 기존 업체의 사업 영역에 큰 저해 요소가 아닙니다. 제가 2006년 부터 2014년까지 구, Daum 오픈 API와 제휴 API를 담당하면서, API 유료 판매를 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이는 오픈 API는 공공재로서 서비스를 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다양한 제휴처와 사업적 유관 관계를 만드는 방편으로 제휴 API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업적 활용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카카오의 API가 아니라 유료 모델이 있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할 것입니다. (단, 제가 퇴사한 이후 카카오의 API 정책이 변경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론이 무섭다고 졸속 결정한 데 대한 유감
최근 네이버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베끼기, 카카오의 O2O 사업을 통한 골목 상권 침해 등의 논란이 계속 일어나면서 뭔가 문제가 일어나면 확산되기 전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본 사안은 단순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술적인 것으로 좀 더 토론을 거쳐 좋은 방안을 찾았어야 합니다.
네이버가 Flitto 사안에 대해 처신한 방식이 항상 올바른 건 아닙니다. 맞춤법 검사 API 역시 아마 카카오도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오픈 API로 이미 공개하였을 터이고, 이런 결정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결국은) 베끼기를 자인 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이런 식의 결정을 갑작스럽게 내린다면, 내부 혹은 외부 개발자의 기술 혁신 및 상생 의지는 매우 꺾이게 되고, 한국 인터넷 업계의 다른 개발자들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대안이 필요합니다!
서비스를 잘 할 능력이 있는 기업은 스스로 떳떳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논란이 일자 그냥 닫아 버리고, 20년을 연구와 사업을 해 오신 교수님은 왜 잘 안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외부적인 요인에만 푸념을 하는 상황에서는 국내 자연어 처리 기술의 서비스는 요원할 것 같습니다. 이래 저래 사용자들만 불편함이 계속될 뿐이죠.
결국,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류창우님이 주도해 왔던 hunspell 한국어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우분투를 비롯해 다양한 리눅스 배포판, Mac OS X, 파이어폭스 및 오픈 오피스 등의 맞춤법 검사 확장 기능이 만들어졌습니다. 한참 잘 진행되다 최근에 업데이트가 없어서 안타깝습니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제 3의 대안에 좀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본 사안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한국어 사용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온라인에서 한국어 처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대안이 될 만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자사의 맞춤법용 사전 데이터를 기부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미 2008년 Daum은 자사가 구매한 글로벌 대백과 사전 콘텐츠를 위키백과에 기증한 일이 있습니다.)
미래는 항상 우리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바로 앞을 생각하지 말고 조금 나은 미래를 꿈꿔보면 좋겠습니다.
Update. 더 읽어 보실 글…
- 다음 맞춤법 검사기 API 공개를 중단하다 by 클리앙
- 이상한 결론의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 사태 by 박민우
- 부산대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 모두의 자산이 되려면 by 정휘웅 (블로터닷넷
- 부산대 권혁철교수,네이버 다음 맞춤법검사기 표절논란,”상당한 증거있다” 인터뷰 전문공개 by 피치원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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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대응이 굉장히 아쉽지만, 다른 스캔들에 엮이고 싶지 않았던 급한 대응이 현재 분위기/실적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6081703571
박민우 님이 쓰신 글도 공감이 됩니다. 함께 참고하셔도 좋을 듯… http://earlybird.kr/1946
오픈소스에 기대를 !!!
의견주신 것에 조금 추가하자면 다음카카오에서 github에 올리고 커뮤니티(외부+ 다음카카오 개발자)가 중심이 되어 계속 연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카가오의 맞춤법 API 공개를 누구보다 기뻐했던 한사람으로 이런식의 결론에 황당함을 느낍니다. 시끄러운게 싫어서 일단 막고보자는걸 보니 카카오 대기업맞네요
교수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저런 식이라면 어느 스타업이나 기업이 이 기술에 투자를 하고 사업화를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습니다…
음…처음 봤던거 만큼 간단한 얘기가 아니랑 생각이 드네요.
저도 잘 생각하고 것들을 봐야할것 같습니다
이 사안하나만을 외부에서만 본다면 이글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를 펼치기전에 대한민국에서의 대기업의 횡포로 인한 스타트업이나 또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한 손해가 있어도 정부나 사법제도가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서 이런 주장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 글내용대로 사용자만을 위해서 개인의 개발의 노력과 투자 그리고 수입을 손해를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막말로 님이 시간과 노력과 투자를 통해서 만든것을 대기업이 공공의 사용자를 위해서 내가 똑같이 서비스 할게 라고 했을때 글쓴이는 순순히 그러셔요~!! 하실건가요?? 물론 서두에 법적인 부분은 법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대한민국에서 대기업과 맞서서 이긴사례가 있나요?? 절대 이길수 없습니다. 할수 있는건 여론전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한국어 지원에 대한 발전이니 사용자를 위해서니를 외치기전에 역지사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