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이슈는 최근에 ZDNet 임민철 기자님이 쓰신 정부 “한국지도 쓰려면 위성영상 손봐야” 구글 “NO” 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도 했고, 저도 이와 관련해서 무려 10년전에 구글과 정부의 어설픈 지도 서비스 협상법에서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만…
최근 구글이 다시 국내 수치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청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10년이 넘게 끌고 온 문제인데다, 모바일 시대에 안드로이드의 기세가 드세다 보니 구글의 끊임없는 요청에 대해 우리가 대하는 태도가 마치 쇄국 정책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질학 및 GIS 전공을 했고, 다음에서 지도 API를 외부에 제공하는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최근 이슈에 대한 제 소견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구글이 원하는 국가 수치 지도는 수 십년간 국가 GIS 사업을 통해 수 백억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단순히 경제 논리로 접근할 수 없고, 안보나 국민 편익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데이터 공개는 느리지만 꾸준히 계속되었습니다. 10년전에는 1:20만 이상 지도 데이터 원천 반출이 불가능했지만, 계속적으로 (1:5만까지) 대축적 지도에 대해 단계적으로 오픈을 했고, 현재 구글도 이를 가공한 SKT Tmap의 지도 데이터 및 위치 정보(POI) DB를 이미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구글은 좀 더 자세한 1:1000, 1:5000 정도의 (길찾기를 위한) 소축적 지도를 달라는 요청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세 지도가 한번 해외 반출되기 시작하면, 다양한 업체로 부터 반출 요구가 나오기 때문에 첫 사례에 신중할 수 밖에 없겠죠. 계속 해외 반출 사례가 나오다 보면, 수치 지도 데이터가 어떤 경로로 북한으로 유입될 수도 있구요. 뭔가 특별한 예외를 위한 반출 조건이 필요합니다.
2.
그러한 반출 조건 중 하나가 (국가 안보를 위한) 구글맵 및 위성 사진 변경 요청일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안보 상황이 남다른 인도를 비롯해서, 태국이나 러시아에서도 제기된 문제입니다. 현재 인도 같은 경우, 위성 지도 뿐만 아니라 테러 위험에 따른 구글 스트릿뷰에 대한 촬영도 거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은 스트릿뷰 촬영 중 개인 정보 수집 이슈로 중단됐지만요…)
또한, 그런 요청을 하는 나라는 유독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이미 언급한 다른 나라들도 많고, 이스라엘 같이 미국 우방으로서 외교적으로 해결한 사안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 마다 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글로벌 위성 지도에 대한 보안 시설 위성 처리에 대한 협상이 성공하는 경우, (전 세계 유일하게 분단 국가에 휴전 중인 한반도에서) 확실히 안보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지렛대를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3.
구글이 정말 길 찾기 서비스가 필요했다면, 이미 국내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했을 겁니다. 2007년에도 (국내 법인이 있었던) 야후!코리아가 이런 방식으로 서비스를 했었구요. 그만큼 구글 입장에서 국내 지도 서비스가 가치나 우선 순위가 높지 않았음을 반증합니다.
클라우드 시대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약간 핑계에 가깝구요. 한국만 지도 서비스 상 예외를 두는 서버나 코드를 개발한다는 건 그 만큼 예외적인 비용 투자가 동반 되어야 하는데 그건 자사 이익에 부합하지 않겠죠. 법규 아래 기업의 영리 활동을 위한 투자는 결국 기업의 선택의 몫입니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맞는 데이터 개방은 필수적이고, 외국인에 대한 서비스 품질도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안보 이슈나 데이터 주권도 순위가 낮은 게 아니니 어쨌거나 핫이슈인데 지혜롭게 풀었으면 좋겠네요.
※ Disclaimer-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제가 재직했거나 하고 있는 기업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확인 및 개인 투자의 판단에 대해서는 독자 개인의 책임에 있으며, 상업적 활용 및 뉴스 매체의 인용 역시 금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채널은 광고를 비롯 어떠한 수익도 창출하지 않습니다. (The opinions expressed here are my own and do not necessarily represent those of current or past employers. Please note that you are solely responsible for your judgment on checking facts for your investments and prohibit your citations as commercial content or news sources. This channel does not monetize via any advertising.)
길찾기 서비스를 굳이 구글이 아니더라도 크게 불편함 없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논란이 포켓몬 잡겠다고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사실 이 내용에 대해 깊이 몰랐는데 선배님 포스팅을 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되네요. 결국 구글이 국내로 들어와서 서버 갖추고 서비스하면 되네요. 우리나라에 정당하게 세금 내면서요.
구글도 참 도둑놈이네요….
Seung-Hyun Kim 세금이나 포켓몬고 이슈는 완전히 별개 이슈라고 생각이 되네. 세금은 거두는 사람이 잘 거둬야 하는 거고, 포켓몬고는 아예 나이앤틱이 자기네들 서비스 정책에 따라 지역 구분을 해 둔 것 뿐… 구글맵과는 전혀 상관 없어요. https://namu.wiki/w/%ED%8F%AC%EC%BC%93%EB%AA%AC%20GO/%ED%95%9C%EA%B5%AD%20%EC%B6%9C%EC%8B%9C#s-3.6
매우 좋은 글이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한 가지 질문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이스라엘, 인도, 러시아는 구글 지도서비스 관련해서 서버를 해당 국가에 설치해 운영을 하고 있는지요?
대부분 국가들은 상업적인 지도 구축 및 제공 업체들이 있고, 우리 나라 처럼 정부가 국토 데이터 구축에 관여한 예가 많지 않아서 사안이 전혀 다를 것입니다. 우리 법이 규정을 그렇게 하고 있어서 그렇지 다른 나라 법규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각 국의 판단에 따라야죠.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구글 위성 지도에서 군사 지역은 감춰서 서비스되고 있고 인도의 경우, 구글 스트릿뷰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한국도 국내 업체인 다음이나 네이버의 위성 지도의 경우, 고 해상도 규제가 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시원한 하루 되세요.
본문과 같이 다른 유사 게시물도 몇가지 보았었는데 구글 코리아를 만들지 않아서 세금관련문제도 있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도 조금 더 말씀해주셨으면 좋을꺼같습니다
앞서 위의 댓글로 이야기했지만, 세금이나 게임(포켓몬고)은 이 사안과 전혀 별개로 세법이나 게임 심의 관련 법 등과 관련있기에 연계를 해서 설명을 하는 건 논의를 복잡하게만 만들뿐입니다. 게다가 저는 이부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특별히 코멘트할 게 없네요^^
길찾기 서비스야… 뭐…
@_@ 외국인이 불편하죠. ㅎ…. 그렇다고 다음맵이나 네이버맵이 외국관광객들이 쓰기 편한 것도 아니고…
세금은 약간 별개의 문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도 서비스를 국내에서 한다고 했을 때, 지도 서비스로 발생한 수익은 적자라고 봐야합니다.
다들 다른 서비스의 바탕으로 연계하면서 수익이 나는 것이지, 지도 서비스만 우리나라로 옮겨 오면 세금을 물리기 애매합니다.
구글 코리아는 일종의 광고 대행 업무를 주로 맡아서 하고, 실질적인 작업은 구글에서 다 담당합니다. 문제는 구글이 한국앱스토어에서 벌어들이는 돈만 1조. 법인세 제외하고…
서버가 한국에 없어 과세할 수 없다?
다른 기업에서 차별에 대해 항의할만한 액수이죠.
3번에서, 한국 지도만 어디서 접속하든 캐싱없이(cdn같은것도 못쓴다 가정하면) 한국 서버에 접속해야되고, 한국 지도만 주밍하면 느려질 글로벌 구글 서비스가 되는 상황은 단순히 개발/투자만의 문제가 아니지싶네요.
맞는 말씀입니다. 근데 기술 서비스도 결국 전략의 문제이죠. 우선 한국민 혹은 국내에 방문하는 외국인 대상으로 서비스를 먼저 개시하고, 그 이후에 상황을 봐서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 역시 기술적 선택의 하나입니다. 그걸 첨 부터 안된다고 하는 건 고루한 엔지니어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Channy Yun 네 그냥 개인적으로 개발이나 투자보다는 그런 전략적인 문제가 더 큰 영향이지 싶습니다. 이런 결정을 엔지니어가 내렸다고 생각되지는 않고요.
저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GIS 업무를 맡고 있었던 공무원입니다. (지금은 다른 부서로 옮겼지만요) GIS 구축이라는 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복잡한 것이어서, 조그만 동네 하나에 대한 GIS를 측량하고 구축하려고 해도 결재판이 몇 달 동안 사방을 날아다니고 수십억 원의 예산과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됩니다. 지리정보체계는 기본적으로 안보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군부대와 국가 정보기관과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고요. 게다가 기존의 동경측지계로 만들어 놓은 전 국토의 GIS를 ITRF2000로 다시 싹다 측량하는 데는 족히 수백억 원이 넘는 예산이 쓰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렇게 힘들여 구축해 놓은 GIS를 단순히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제공하니 마니 할 수는 없겠죠. 글쓴이 분 말씀처럼 안보, 구축비용, 국민편익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이렇게 숙고하는 거라고 봅니다.
궁금한점이 있는데 국내에 서버를 두지않고 해외에 서버를 둔채로 운영하다가 우려하던 유출사건이나 해킹이 일어나면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공권력(검찰의 수사와 조사)행사가 불가능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