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산업체 병역특례 제도

매년 12월 초면 산업체 병역 특례 업체와 TO가 발표됩니다. 마침 어제 발표된 병무청의 발표를 보면서, 데자뷰를 느끼게 되네요. 현역 4천명, 보충역 4천명 등 총 8천명이 해당되는데, 아주 황당한 규정이 새로 생겼습니다.

“현역의 경우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인 고질적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전원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으로 배정했다… 병무청은 기업에 맞춤형 기능인력 지원과 고졸 취업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우선 인원배정하고 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이 기술 명장으로 성장해 국가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들 위주로 제도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31209_0012576966&cID=10304&pID=10300

즉, 내년 현역 병특은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졸업생만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일반고 졸업생 (그리고 컴퓨터 전공자)을 역차별하는 것이 됩니다. 왜 일반고 졸업자는 산업 역군이 될 수 없는 것인가요? 기계, 화학, 철강 등 제조업 분야와 같은 기능 분야는 십분 이해를 하더라도 정보 처리, 게임 개발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같은 잣대를 댄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동안 많은 주요 IT 벤처 기업들이 병특 개발자를 통해 성장했고, 이를 통해 수급된 인력이 국내 인터넷, 게임 등 소프트웨어 산업에 큰 기여를 해 왔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점입니다. 그동안 국내 IT 산업에 큰 역할을 해 온 KAIST, POSTECH 같은 일반대 컴퓨터 전공 학부생은 아예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는 비단 SW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우수한 학부 출신 인재들은 아예 뽑을 수 없다는 것인데, 기업이 자율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오히려 ‘손톱 밑 가시’가 된다는 점을 모르지는 않겠지요.

제가 대학원을 다니던 1997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당시 대학원 1학기 이상 등록한 사람에 대해 산업체 특례 편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전격 시행한 바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원생이라면 전문연구요원이 있는데 왜 일반 학부생들 일자리를 뺏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대학원을 박차고 나와 벤처기업에 근무하던 병특 대기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학교로 돌아가거나 군대를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 제도는 2년만에 다시 원상 복귀를 했습니다).

올해 배정 원칙도 어떻게 보면 일반 학부생들이 빼앗은 일자리를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배정 내용을 보니 94년생 이전과 94년생으로 나눠서 배정 인원을 달리했더군요. 다시 말해, 마이스터고(예: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일반대학 (예: 의과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병특 편입이 가능 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고 출신이면서 컴퓨터 전공인 대학생의 역차별만 생기는 꼴입니다.

그 취지는 어느정도 이해도 되고, 이미 이명박 정부때 부터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출신 우대를 위해 이 제도가 이미 1년 전부터 예고된 바 있다고 합니다만 이렇게 모든 배정 인원에 대해 선택의 여지 없이 전면 시행되는 것은 문제가 큽니다.

차라리 특성화, 마이스터고 학생을 뽑으면 내년 TO 배정에 가산점을 주거나, 비율을 정해서 일정 숫자 이상을 뽑도록 하는 안도 있을 텐데 말이죠. 산업체 병특이 IT 스타트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때, 그토록 부르짖는 ‘창조 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조치가 시행된다는 점은 빨리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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