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가 텀블러(Tumblr)를 1조 2천억에 인수한다고 한다. 야후!가 인수한 기업 중 10억 달러가 넘는 경우가 브로드캐스트닷컴(5.7B, 1999), 지오시티즈(3.6B, 1999), 오버추어(1.6B, 2003)을 제외하고 10년만에 처음이다.
텀블러는 뭐라 규정을 짓기 애매한 서비스다. 모바일용 페이스북+인스타그램+블로그+트위터? 국내에서는 텀블러가 가벼운 블로그 플랫폼으로 인식되어, 주로 Geek들의 포스팅 용도로 사용해 왔으나, 해외에서 텀블러는 주로 10~20대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작년 연말 부터 나온 여러 가지 기사에 따르면, 텀블러의 사용량이 늘어난 것은 모바일 사용량이 높은 10대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보다 텀블러, 인스타그랩, 스냅챗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이들은 다른 세대들과 함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2월의 TechCrunch의 기사 Tumblr Is Not What You Think에 따르면,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Anti-blogger이며, 특히 십대 처럼 자기들의 콘텐츠가 외부에 공개되는 게 아니라 몇몇 아는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나라로 치면 네이트 판이나 좀 더 심하게 디시갤 같은 느낌이 트위터 같은 형식이라고 보시면 된다.
주요 사용처는 1. Photos of young people’s daily lives 2. Entertaining memes and gifs 3. Porn and near-porn collections for personal use로서 10대들과 익명성에 기댄 사람들의 일종의 유치한(?) 사진 놀이터 같은 개념이다. 역설적이지만 멋진 예술 사진이나 패션 사진들도 올라와 있지만, Tumblr porn으로 검색을 하면, 수 많은 포르노 사진이 올려진 블로그도 텀블러에 있을 정도로 콘텐츠의 다양성이 높다.
어쨌든 텀블러는 작년 12월 미국내에서 수천만명이 사용하는 (그것도 10대와 20대 초반 사용자가 사용율이 높은) 10대 사이트에 들어섰다.
특히, 10대와 20대 초반 사용자에게는 PC 기반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비해 모바일 기반의 텀블러가 더 큰 매력이 있다. (즉, 우리 나라의 카카오스토리와 대비해 보면 맞다.)
그런데, 십대와 20대 초반의 (이른바 유행에 민감한 사용자 기반) 서비스는 여러 가지 딜레마를 안고 있다. 솔직히 십대는 실질적인 구매력을 가진 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릴 때 부터 서비스 연계를 해 두어야 하겠다는 강박관념도 그렇고, 실제 서비스 관리층은 부모 세대이기 때문에 이를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내 네이버 주니버, 다음 키즈짱, 야후! 꾸러기(종료) 등이 그런 비슷한 이유로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10대 서비스는 주로 젊은 직원들이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고, 그 자녀들이 남의 회사 서비스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을 보고 나오는 흔한 처방 중에 하나이다. 또한, 기자들이나 블로거들이 자기 자녀들이 주류 서비스를 쓰지 않는 것을 보고하는 흔한 충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십대 서비스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은 실패 사례가 많다.
십대들은 나이가 들면 그 또래의 유치함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무엇 보다 강한 세대이다. 그 서비스를 썼다고 해서 향후에도 계속 써주지도 않고, 항상 어른들의 감시(?)에서 벗어나려는 질풍 노도의 시기를 거쳐간다. 이에 반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타겟하는 서비스는 50~60대로 이어질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2000년대 중반 소셜 네트워크 붐이 일어날때도, 10대는 마이스페이스, 20대는 페이스북 등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십대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페이스북으로 옮겨 탔기 때문에 서비스의 큰 중추를 잃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버디버디 같은 십대 서비스가 있었지만, 그 자체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텀블러의 경우도 유행에 민감한 패션이나 호기심으로 포르노 등을 많이 공유하지만, 실질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검색 광고에 소구할 만한 콘텐츠가 지극히 부재하다. 야후!에게는 약간의 동력이 필요하지만, 정말 1조 2천억을 들여 인수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약간 회의적이다.
십대 기반 서비스를 잘 운영하면, 나이가 들면서도 계속 서비스를 이용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사실상 허상이다. 오히려 지금 이용 세대가 빠지면 서비스가 궁지에 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
텀블러가 야후!의 포트폴리오에서 빠진 고리라는 측면에서 이번 인수가 긍정적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다른 세대들이 이 서비스를 쓸 만한 이유를 업그레이드 하지 못하거나, 나이가 든 텀블러 사용자들이 야후!의 서비스를 쿨하게 느끼지 못한다면, 브로드캐스트닷컴 인수에 버금가는 큰 실패 사례가 될 수도 있을듯…
Update. 야후!의 텀블러 인수가 공식 발표 되었습니다. 인수금액은 11억 달러, 독립 회사로 운영하며 CEO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네요. 10대들의 가볍고 트렌디한 이미지와 이야기들 그리고 익명성을 기댄 포르노 사진 공유 등 서비스의 엣지가 될만한 게 이번 인수로 없어지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이 감안된 듯…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WordPress.com으로 텀블러의 블로그 사용자들이 이주를 시작해서, 평상시 시간당 400~600개 글이 WP로 내보내기가 되는데, 지난 주말에는 72,000개로 150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 (텀블러와 wp.com은 상호 이주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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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사용자들이 워드프레스로 많이 옮겨갔네요. 왜 그럴까요??
워드프레스는 용량제한있지않나요?
포스트수 많이남기면,
돈내야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