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리스트는 ‘독배(毒盃)’일지도

지난 주말에 트위터에 리스트(Lists)라는 기능이 모든 사용자에게 오픈 되었다.

이 기능은 이미 일부 사용자에게 베타 테스트 중이었고 지난 주에 25% 정도에 오픈되었다가 이제 모든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리스트 기능은 사용자를 분류해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친구, 회사, 동료, 가족 등으로 분류할 수도 있고 유명인, 블로거, 기자 등으로 나눠서 트윗을 볼 수 있다. 각 사용자의 리스트 역시 다른 사람에 의해 볼 수 있고 구독(Following)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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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신이 추가된 목록의 숫자가 Following 숫자 옆에 나오기 때문에 이를 통해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생긴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팔로잉 숫자는 프로필 사진의 선호도나 스패머에 의해 왜곡 되지만 리스트는 좀 더 적극적인 정보 욕구의 표현인 덕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메타 정보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channyun을 리스트한 사람들의 목록을 보면 it, web, blogger, daum, dev, web-tech 등으로 만들어져 있다.

물론 대부분의 국내외 IT 블로거들은 리스트 기능에 대해 호평을 쏟아 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In talking with friends about it on Twitter, people immediately started DM-ing me, telling me that they felt left out or even LESS important because they weren’t on any lists. Lists are exclusionary by nature. They”re static. There”s a lot of reasons why they might not be all that pleasant for people.

친구들과 (리스트 기능에 대해서) Twitter에서 이야기하다보면, 다수가 나에게 DM을 통해 리스트에 실려 있지 않으면 「날 버린 느낌」혹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리스트는 본질적으로 배타적인 동시에 고정적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리스트가 반드시 유쾌한 건 아니다. Twitter Lists- Im Not Down (Chris Brogan)

물론 팔로잉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비슷한 감정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리스트는 팔로잉 여부를 떠나 정리된 것과 아닌 것이라는 명확한 구분에 의해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는 것이다.

누가 또 아는가? “고집센 IT 블로거 목록”이나 “멍청이 정치인 목록” 같은게 만들어질지… 그렇게 된다면 트위터가 인간 관계의 선순환 뿐만 아니라 악순환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게다가 난 내가 다니는 회사 소속이나 가족 관계 혹은 지인 관계를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원치 않게 다른 사람에 의해 밝혀져 버리는 개인 정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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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Daum에 소속된 직원 목록 같은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런 목록를 만들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원치 않으면 늘 빼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트위터가 독특한 소셜 네트웍임에는 틀림없다. 정보나 생각이 큰 장벽 없이 유통되는 메시지 플랫폼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위터 역시 사람에 의해 유지되는 감성 네트웍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목록화 하는 작업이 정보의 효율성에는 좋지만 정작 중요한 것이 묻힐 수도 있다. 광파리님 블로그의 6502님이 쓴 댓글 중 이러한 걱정을 담은 내용이 있다.

서양문명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철저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스트업하는 작업이 중요하죠.

대략 분류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중요한 것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해내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중요하고,그 모두가 이 세상이 움직이는데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면 이런 서양식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게 됩니다. 사실은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않다고 잘못 알고 무시하는 결과를 빚으니까요

트위터 리스트가 사람간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일으키거나 특정인 영향력의 집중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정보 공유, 미디어 효과와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을 위주로 성장해 온 트위터에게 감성적인 소셜 네트웍의 저항을 받을 수 있는 ‘급소’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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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7개)

  1. 오렌지노 댓글:

    원치 않는 개인정보가 타인에 의해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 공감되네요

  2. 밥탱구리 댓글:

    저처럼 독일지도(Deutschland map)이라고 잘못 읽는 분을 위해서 친절히ㅠㅠ
    저도 트위터에 리스트 기능이 들어간걸 보고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마치 싸이월드 학교에 노출이 되는 기분…

  3. kicho 댓글:

    list 에도 비공개 기능이 있지 않나요?

    • Hwan 댓글:

      리스트를 비공개로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공개된 리스트가 내 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은 남겠군요.

  4. 김석영 댓글:

    나만 “독일” 지도 로 바낭 ㅠ.ㅠ;;;

  5. 핫스터프 댓글:

    그새 이런 변화도 있었군요. 자칫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트위터내의 왕따를 우려해야할 세상이 올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6. Edward J. 댓글:

    전 재밌어 보입니다. Foxonomy 컨셉으로 글에 태깅하듯 사람에 태깅하는거지요. collaborative class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