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만 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클라우드 행사인 AWS 서밋이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아마존 닷컴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버너 보겔스 박사의 기조연설이 우리가 직면한 변화에 대한 귀한 교훈을 주고 있어 본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몇 달간 재택근무와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클라우드 시스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북미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낮 시청 시간은 40% 늘었고, 3월 마지막 주에만 총 1610억분이 소비됐다고 한다. 지난해 평균 700억분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급격한 수요 증가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스트리밍 업체들은 큰 무리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겔스 박사는 수억 명이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지탱하는 기술 토대가 물리적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토대가 견고하지 않으면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건물의 안정성과 기능이 약화한다. 사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온라인 서비스 장애는 이러한 ‘기본기(基本技)’를 제대로 다지지 않아서 생긴다. 보겔스 박사는 ▲사용자의 트래픽을 전 세계적으로 분산하고 ▲사용자 요청을 응답하는 컴퓨터를 자동으로 확장 혹은 축소하며 ▲성능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설계하는 기본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 같은 기본기를 토대로 만들어져 있다. 당장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자동 확장은 물론 과거 기록을 분석해 서비스 수요와 자원을 예측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앞서 언급한 스트리밍 업체들뿐 아니라 당장 온라인으로 비즈니스를 전향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된 전통적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몇 년이 걸려도 실행하지 못했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바로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디지털 전환의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클라우드는 전혀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매장 앞에 늘어선 줄로 인해 식료품 구매가 어려워지자 밀라노 공대생 4명이 만든 필라인디애나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대기 예상시간을 측정해주는 이 앱 덕분에 소비자들은 가장 빠르게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을 바로 알 수 있게 됐다. 클라우드 기반 서버리스(Serverless) 아키텍처로 만들어진 이 앱은 수백만 명이 접속해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국내에서도 고려대 학생들이 만든 마스크 알림이 같은 웹 사이트들은 수백만 명이 접속해도 끄떡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학생들이 컴퓨터 전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전공 학생 4명이 스스로 배운 코딩 기술과 클라우드를 토대로 단 며칠 만에 개발한 것이 놀랍다. 이는 클라우드 설계의 기본기만 익히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개인이 아니라 기업 수준의 설계도 이와 동일하기 때문에 기업 규모, 비즈니스 종류와 관계없이 모두가 클라우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물론 기본기도 일정 수준의 학습과 복습이 필요하다. 보겔스 박사는 개인이라면 클라우드와 이를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찾아 학습할 기회를 가질 것을 권했다. 기업에는 그간 시간 부족을 이유로 소홀히 했던 시스템 내부를 들여다보며 기본기에 벗어난 것은 없는지 최적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그는 최근 전례 없는 변화로 인해 지난 몇 달간 진정한 새로운 기술 시대가 펼쳐지고 있으며,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접근법까지 근본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점진적이 아니라 급격하게 일어난다. 여기에 어떻게 응답할지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있다.
원문: https://www.asiae.co.kr/article/opinion-column/2020052610403098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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