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2.0에서 빠진 것

뉴스 메이커가 웹2.0과 한국의 현재 상황에 대한 기사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웹2.0에 대한 이해 가운데 아직도 뭔가가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일어난 이유는 작년 초 웹2.0 열기가 불기 시작했을 때  웹2.0을 한국에 소개했던 사람들이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모호한 말로 그것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브로드밴드가 일상화된 한국에서 그런 용어들은 매우 진부하게 취급 되어 버리고 마케팅 용어 이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웹2.0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플랫폼으로 웹(Web as Platform)’이라는 강력한 아젠다 이며, 이것은 실리콘 밸리와 컴퓨팅 기술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웹2.0이라는 것이 등장한 것도 2004년 일개 컨퍼런스에서 시작된 것이고 팀 오라일리나 존 버틀러도 이런 센세이션을 예상하지 못했다. 단지 그들이 가진 아이디어는 성공적인 웹 기반 기업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었다. 그런 벤치 마킹 중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뭔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두 번째 컨퍼런스를 거치면서 이러한 논의가 정교화 되었다.

나는 웹 2.0에서 말하는 ‘플랫폼으로서 웹’이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컴퓨팅 역사 중에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해 왔다. 운영 체제 플랫폼(윈도우, 맥, 유닉스) , 소프트웨어 플랫폼 (자바, 닷넷, 플래시) 등이 그런  것들이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플랫폼 회사와 서드파티(3rd. Party) 그리고 고객으로 이어지는 비지니스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플랫폼은 전체 생태계가 규모의 경제를 가지면서 성장하는 속성이 있다.

인터넷과 웹이 처음 등장했을 때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제 1의 후보는 닷컴 버블의 최정상에 있었던 ‘넷스케이프’였다. 하지만 그들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성공을 거든 ‘Microsoft’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을 하다가 졌다. 진정한 웹 플랫폼은 애초 넷스케이프가 추구하던 방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바로 구글, 아마존, 이베이가 하던 방식이 성공했다.)

닷컴 버블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교훈은 우리에게 웹이라는 플랫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가르쳐 준 것이다.

웹 플랫폼으로 성공한 기업은 역시 구글, 아마존, 이베이다. 이들은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 이미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사용자들이 만들어 내는 컨텐츠에 주목했다. 당시 인터넷에 참여하는 수에 비해 컨텐츠의 양은 적었지만 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구글은 페이지 랭크와 서치 얼라이언스로, 아마존은 사용자 추천 정보와 제휴 네트웍으로, 이베이는 파워 셀러의 데이터와 서드 파트 지원으로 말이다. (이에 반해 다른 닷컴 기업들은 웹을  자체 정보 생산을 위주로  매스 마케팅 도구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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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가릴 것 없이 브로드밴드에 의해 사용자 참여 증가와 네트웍 효과가 극대화에 따라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경험했다. 해외 웹 플랫폼 기업들은 이를 대용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과 이와 연관된 비지니스 모델을 발견하였다. 또한 이를 전파하는 데 있어, 자기 자신이 아니라 서드 파티를 통해 데이터를 전파해 나갔다. (구글의 Search API, 아마존의 웹 서비스, 이베이의 제휴 네트웍은 이미 90년대 중반 부터 시작된 것들이다.)

국내에서도 좀 더 일찍 그런 현상을 경험했지만 우리가 갖는 규모의 한계와 글로벌 비지니스 마인드의 한계가 현재의 웹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 해서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비지니스 모델로 까지 성장했으나 전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기여하지 못했고 전 세계로 확대할 만한 기반 기술도 약하다는 것이다. (웹2.0의 반쪽 성공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뉴스메이커가 다룬 기사의 내용에는 약간의 오류들이 있지만 대체로 현실을 잘 지적하였다. 곧이 곧대로 해석하는 어리석은 시각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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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생각 (3개)

  1. NoPD 댓글:

    좋은 글 올려주셨네요…
    한동안 고민하고 있던 것들에 대한, 아주 명확하지는 않지만
    방향을 잡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플랫폼으로서의 웹은 아직 명확한 성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조금더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2. 뉴스메이커에서 웹2.0 관련한 표지기사를 냈다. 시사주간지에서 이런걸 주제로 표지기사를 내는건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경제주간지도 아닌 시사주간지에서 말이다. 725호. 근데 난 이거 별로 관심 없으신줄 알았다. 보통 시사주간지가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나오고… 표지에도 큼지막하게 위기의 한국 웹서비스. 라고 써 있는 뉴스메이커였는데도 주 초에 표지까지 나온 기사들이 별 이야기 없이 넘어가고.. 그러길래… 게다가 블로거나 메타사이트에 대한 이야..

  3. 사실 댓글이 어쩌고 저쩌고를 논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게 아닌가 싶다. “악플을 인정하자” 라는 얘기가 아니라, 포탈로의 정보 집중으로 인한 폐해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까지 퍼지고 있다는 점을 논점화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아직도 법원에서는 “일단 그건 덮어두고” 식의 판결이 나오고 있는 게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법관이 (어떻게 보면) 송사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 멋대로의 코멘트를 날릴 경…